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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리뷰

벚꽃 물든 게이샤 (결말 포함)

벚꽃 물든 게이샤(2014)/ 화초도중

감독: 토요시마 케이스케/ 주연: 아다치 유미, 후치카미 야스시

영화 포스터

[줄거리]

에도의 요시와라의 한 유곽의 오이란 아사기리는 몸에 꽃이 핀다는 소문으로 유명하다. 그녀는 일곱 살에 하급 유녀였던 어머니가 죽고 유곽의 오이란(키리사토)에게서 길러져 오이란으로 성장한 유녀다. 마음을 주지 않는 냉철함으로 유녀 생활을 잘 유지한 그녀는 이제 1년만 기다리면 유곽의 계약이 끝나고 자유의 몸이 된다. 그러던 어느날 유곽의 친한 동생 야츠와 아사쿠사의 축제에 갔다가 인파에 밀려 넘어져 신발과 머리 꽂이를 잃어버린다. 그때 염색공이었던 한지로라는 남자가 도와 준다. 아사기리의 잃어버린 머리 꽂이를 찾으로 갔다가 한지로를 다시 만나고 부러진 머리 꽂이를 그가 고쳐주기로 약속하고 3일 후 만나기로 한다. 그러다 유곽의 야츠가 손님에게 기루에서 빼내어 아내로 맞아준다는 헛된 약속에 배신을 당하는 모습을 보고 그녀를 안쓰럽게 생각하고 돌봐 주다가 약속에 늦게 되고 돌아오는 길에 한지로가 다른 유녀와 같이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다음날 아사기리는 처음 유녀가 되어 맞이한 손님이었던 부자 상인 요시다야의 연회에 불려나가고 그곳에서 한지로와 다시 만난다. 둘이 서로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요시다야(부자 상인)는 아사기리를 한지로가 보는 앞에서 그녀를 심하게 욕보인다. 그날 밤 다시 만난 한지로와 아사기리는 서로의 과거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서로의 처지를 안타깝게 여기게 된다. 그리고 요시다야는 아사기리를 첩으로 받아들여 장사에 이용하려고 하는 속내를 말하며 아사기리를 유과가에서 거둬주어 성장시킨 전 오이란이었던 키리사토가 요시다야의 장사 속으로 기루에서 데리고 나가 결국 병으로 굶어 죽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이를 듣게 된 아사기리는 첩의 자리를 거절하지만 이미 계약이 성사되고 그녀를 다시 욕보이며 겁탈하려 하자 한지로가 그를 죽인다. 한지로는 도망치지만 곧 다시 돌아와 아사기리의 꿈이었던 요시와라 오이란 행진을 이뤄주고 밤을 같이 보낸다. 그러나 둘은 곧 붙잡히고 한지로는 참수되고 아사기리는 물에 빠져 자살한다.

 

[감상평] 애로틱한 기녀의 슬픈 사랑이야기로 보기엔 이 영화는 전반적으로 성을 상대하는 기녀의 기구한 운명과 꽃어럼 화려해 보이지만 인간으로 제대로 대우 받지 못하고 남성의 욕망을 채워주는 대상으로서 여성을 비하하는 사회에 대한 비판의 영화로서 의미가 있었다. 과연 일본의 성 문화나 '요시와라' 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성적인 상업성에 대해 문화가 매우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일본의 성문화는 우리나라보다 더 상업적이며 더 공개적이었던 것 같다. 사실 유녀라는 말 자체도 노는 여자를 말한다. 여자가 노는 게 아니라 남성들이 놀 때 필요한 대상에 불과한 사람을 지칭한다. 영화의 대사에서도 아주 노골적으로 유녀에 대해 언급한다. 영화는 어릴 적 화상 상처가 꽃처럼 보이는 기녀 아사기리의 이룰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영화로 2006년 여성 문학상을 수상한 미야기 아야코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다.

유녀는 성적인 욕구를 채워주는 대상으로 장사에 이용되지만 그녀들은 빚으로 집안이 어려워져 생계를 위해 팔려가 성 노동을 하는 여성이다. 그러나 그녀들은 오이란으로 혹은 절세의 여성들로 성적인 매력이 넘쳐 화려하게 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무시당하며 비난의 대상이 된다. 아주 노골적인 욕망을 취하며 돈을 갈취하는 여자, 함부로 해도 되는 대상(할 줄 아는 것이 밤일 뿐이라는 생각) 등으로 모두에게 배척되지만 또 적당히 욕구를 해소하는 대상이다. 매춘은 사회가 만들어지면서 어디서나 있었다고 한다. 그만큼 인간의 가장 바닥에 깊이 깔린 욕망이다. 그러나 그 욕망은 이상하게도 존중받지 못하는 대상이다. 요리사는 요리를 맛있게 해주면 칭찬도 받고 돈도 벌수 있지만 그와도 다르다.

 

영화에서 요시와라에 몸을 팔게 된 많은 사람들은 사회의 가장 어두운 하층 계급이거나 몰락한 집안의 소녀들이다. 그들은 인간적으로 대접 받을 수 있는 것은 유곽에서 손님을 받고 돈을 벌 때 뿐이다. 영화의 아사기리의 몸에 피어난 꽃도 하층 유녀였던 그녀의 엄마가 남자로부터 배신당하고 화풀이로 엄마가 피우던 곰방대로 몸에 화상을 입혀 만들어진 학대의 흉터였고, 사회의 폭력에 당한 상처였다. 한지로 역시 집안의 몰락으로 부모를 잃고 그의 누이가 요시와라에 팔려가 오이란이 된 아기사토였다. 즉 한지로는 누나의 복수를 한 셈이다. 절대 아름다울 수 없는 이야기다. 그러나 영화의 대사에서는 애잔하게 아사기리의 머리 꽂이에 있던 나팔꽃을 보며 한번 피어났다 다음날 지더라도 피어난 꽃으로 표현한다. 기녀를 말하는 꽃이라고 표현하던데 누구의 꽃인가? 꽃은 열매를 위한 하나의 단계다. 꽃의 목적은 다른 존재가 마음대로 꺾어 버릴 수 있는, 그저 유혹하기 위해 한껏 피어난 그런 게 아니다.

 

전근대 사회에서 남성들은 여성을 억압하며 무식하고 성적인 욕망이나 채워주는 대상으로 존재를 존중하지 않았다. 어쩌면 요즘에 태어나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정말 그런지는 알수 없다. 우리나라에도 당당히 텐프로라며 자신들이 능력있는 성접대 여성이라고 생각하는 오늘날의 요시와라가 우리나라에도 버졌이 있다. 그녀들은 지적인 수준이 높고 성형과 고운 얼굴, 날씬한 몸매를 자랑하며 남성들의 술자리에서 자신의 몸과 성을 상품화 하며 당당하다고 생각하는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본 에도 시대의 오이란과 다를까?

 

아프카니스탄의 텔레반은 여성들을 외부 출입을 막고 지식을 공부하는 일도 부정한다고 한다. 그들의 대부분은 파슈툰이라는 민족인데 그들의 사고방식은 이슬람에서 코란을 자신의 입맛대로 해석하여 율법에 적용하여 왜곡한다고 한다. 특히 여성들은 집안에서 살림이나 하며 남성들의 성적인 욕구를 채우는 것 이상의 존재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한다. 여성은 남성의 소유물이라는 생각을 한다는 전문가의 말을 듣고 정말 어이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사람으로 태어난 우리 모두 서로의 존재를 존중해야 한다는 평범한 이 생각에 동의한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를 잘 만들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