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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리뷰

소외되고 가난한 그들의 희망은 어디에 있을까?

영화: 코끼리는 그곳에 있어

감독: 후보(중국, 2019)

주연: 팽욱창, 왕위원,장위, 리총시 

 

[줄거리]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중국 사회에서 중류층 삶을 꿈꾼다. 하지만 어느 사회에든 하루하루 살아가기가 벅찬 사람들이 존재한다. 하류층의 고된 삶을 살아내는 사람들의 무거운 이야기다.

 

무기력한 고등학생 웨이브, 자식들이 자신을 양로원에 보내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별 도리가 없는 노인 왕진, 고향 친구의 아내와 바람을 피우다 들켜 친구의 자살을 목격하게 된 불량배 위청 그리고 엄마의 화장품을 몰래 바르고 나가 누군가를 만나는 고등학생 황링은 각각 중류층에 끼지 못한 가난한 하류 인생을 살고 있다.

 

웨이브는 학교폭력을 당하는 친구의 편을 들어준다. 평소 학생들을 괴롭히던 폭력 가해 학생과 실랑이가 벌어지고 사고로 가해자가 되어 학교에서 도망친다. 가해 학생의 형은 일대에 알려진 불량배로 웨이부를 쫒게 된다. 일단 몸을 숨기려고 할머니의 집으로 가지만 할머니는 침대에서 돌아가셨고, 돈이 없는 그는 당구장에 맡겨둔 큐대를 같은 아파트의 할아버지에게 팔려다가 거절당한다.

 

한편 자신의 집이지만 베란다에서 구차하게 사는 할아버지는 딸과 사위가 손녀를 삼류학교에 보내지 않기 위해 이사를 하겠다며 양로원에 가야한다고 알린다. 이제 손까지 떨려 손녀를 돌봐 줄 수 없게 된 자신은 자식에게도 쓸모가 없는 사람이 되었다. 유일하게 애착을 갖는 강아지와 산책을 나섰다가 주인 없이 배회하는 큰 개에게 자신의 강아지가 죽게 되고, 광고를 보고 개의 주인에게 따지러 가지만 도리어 개 주인에게 수모를 당한다. 이때 만난 웨이부가 할아버지를 도와준다. 할아버지는 자신을 도운 웨이부에게 큐대를 받고 자신이 가진 돈을 주고 집으로 돌아온다.

 

불량배 위청은 고향 친구의 아내와 불륜을 저지르다 돌아온 친구에게 불륜을 들키게 된다. 친구는 괴로워하다가 아파트에서 떨어져 자살한다. 경찰이 도착하자 빠져나온 000은 부모로부터 자신의 동생이 학교에서 친구에게 맞아 병원에 있으며 중태라는 소식을 듣는다. 그리고 동생을 다치게 한 웨이부의 집을 찾아 갔다가 그의 큐대를 들고 있던 왕진과 만난다. 그때 죽인 친구의 어머니를 만난 뒤, 애인이었던 여자를 만나 자신의 한심하고 탈출구 없는 삶에 대해 이야기 한다.

 

한편 황링은 학교에서 폭력 사건이 벌어져도 자신들만 걱정하는 선생들과 무서워만 하지 아무런 대책이 없는 학생들과 자신까지 포함한 무기력감을 느낀다. 자신과 집 안을 돌보지 않는 엄마와 화장실은 물이 새고 빨래와 배달 음식이 아무렇게 널부러져 있는 집이 싫다. 엄마의 화장품을 몰래 바르고 나가 학생 부주임과 노래방도 가고 그의 집에도 가곤 한다. 그리고 이 사실이 친구들의 단톡방에 알려지고 집으로 원조교재를 한 선생과 그의 부인이 들이닥치고 그녀는 집을 나와버린다.

 

이들은 만저우리에 있다는 코끼리를 보러 가기로한다. 하지만 이미 기차는 떠났고, 야간 버스를 타고 만저우리로 간다. 밤새 달린 버스는 어디인지 모르는 칠흑같은 곳에 내린다. 그곳에서 보이지는 않지만 코끼리의 울음소리를 듣는 것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감상]

 

감독이 전달하고자 하는 영화의 내용과 느낌을 영화의 색채와 배경을 통해 보여준다. 영화는 내내 흑백영화에 회색빛 영상으로 각 주인공들을 따라 다니며 보여준다. 네 명의 주인공은 나아질 것이 별로 없어 보이는 삶을 산다. 백수가 된 아버지를 대신해 탄광촌에 옷을 팔아 생계를 책임지는 어머니, 가난한 동네의 학교가 곧 사라질 것이라며 교사는 커서 꼬치나 팔는 신세가 될 거라는 독설을 날린다. 3류 동네의 3류 학교의 미래는 그 회색빛을 바꾸기 어렵다.

 

그 중산층의 삶에 도전하는 사람들도 불행하기는 마찬가지다. 새로 지은 아파트를 얻기 위해 모든 돈을 대출로 쓰고 겨우 생활비를 가지고 버티는 친구는 아내가 자신의 친구와 불륜을 저지른 것을 알고 절망하여 아파트에서 뛰어내린다. 잘 살아보려고 노력했지만 삶은 더 비참해졌고 오히려 발목이 잡혀 더 불행한 쪽으로 갔다.

 

3류 동네에서 손녀를 키우기 싫어 이사를 하겠다는 딸과 사위는 뻔뻔하게 아버지가 양로원에 가도록 설득한다. 자신

들의 욕망에 맞추지 못하는 사람들은 가족에서 이탈시켜 버린다. 자신의 개가 없어졌다고 찾아 헤매는 중산층 부부는 왕진이 자신의 강아지를 죽였다고 호소하지만 오히려 자신의 개 이야기와 돈 이야기를 꺼내며 그를 무시하고 오히려 모욕한다. 물신사회에 도달한 중국은 빠른 성장만큼 소외되는 사람은 많아지고, 사람 사이의 있어야할 도리는 사라졌다. 웨이부가 할머니 집으로 피신했지만 할머니는 이미 돌아가셨고, 이웃에 사는 이모의 가족은 할머니의 죽음을 모르고 있다. 가까이 살지만 들여다보지 않는 가족, 그 수많은 문제가 영화 안에 담겨있다.

 

 

서구의 나라들보다 빠른 속도의 사회변화를 경험하는 아시아의 많은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더 빨리 전통적인 것들과 인간관계가 무너졌다. 낡고 허름한 가난한 3류 동네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들은 그곳들 더 나아지게 만들 힘이 없다. 자신들의 삶이 우울하며 소외되었다는 것을 느끼지만 반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중국사회의 어두운 면을 보여준다. 사실 중국의 가장 큰 문제로 빈부격차를 이야기한다. 빠른 경제성장과 소비문화의 확산과 더불어 발전과 성장의 주축에서 빗겨져 있는 농공민들, 소수민족 등은 상대적인 박탈감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기차도 떠나버린 시간에 어둠을 뚫고라도 코끼리를 찾아가고 있다. 버스에서 내려 앞이 보이지 않은 어둠 속에서 코끼리의 울음을 듣는다. 코끼리는 거기에 있다. 그들이 보고 싶은 그것이 어둠속 거기에 있다. 밤은 지나간다. 그리고 새벽은 온다. 그들이 버티고 찾으려고 노력한다면 어둠속에서 들려온 코끼리를 찾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실체의 코끼리인지는 보여주지 않았다. 어쩌면 그렇게 찾아가도 허구일 수도 있지만 코끼리가 그곳에 있다는 것으로 그들은 힘을 낼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