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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리뷰

그녀의 행복은 언제즘(영화: 산이 울다)

영화 : 산이 울다 (2016 / 중국)

감독 : 래리 양

주연 : 랑예팅, 왕쯔이

<줄거리>

어느 날 마을로 거지 가족이 들어오고 한총의 집 마구간에 살림을 차린다. 아내는 말을 하지 못하는 장애를 가졌고 아이가 둘에 본인도 장애를 가진 사람이었다. 그는 작은 사과를 따려고 산에 갔다가 한총이 오소리 사냥을 위해 설치한 폭약을 밟아 사망하게 된다. 마을 사람들은 벙어리 아내 홍샤와 아이들을 한총이 돌보도록 하는 대신 공안에 신고하지 않기로 한다.

한총은 홍샤의 가족을 돌보고 보답으로 홍샤도 한총의 농사를 도우며 서로 가까워진다. 같이 하면서 둘은 서로에 대해 호감을 가지게 되고 한총은 홍샤가 불행한 과거로 인해 고통 받고 있음을 알고 그녀를 따듯하게 돌본다. 둘이 서로 사랑하게 되고 행복한 순간을 가질 무렵 공안이 살인범인 라홍을 찾는다는 소식이 마을에 전해진다. 공안에 살인범 마을로 알려져 미움을 살까봐 마을 사람들은 홍샤를 쫓아내려 하고 한총은 그녀를 위해 공안에 자수하기로 하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홍샤는 자신의 비밀을 글로 써서 전하며 자신이 남편 라홍을 죽였다고 자수하고 공안에 잡혀간다.

 

 

[감상평]

영화는 중국의 실력파 신예 감독으로 알려진 래리 양이 연출한 2015년 영화다. 영화가 개봉한 해는 2016년이지만 2015년 부산 국제 영화제 폐막작으로 국내에 초대되어 박수를 받은 작품이다. 영화는 여러 면에서 극찬을 받을 만하다.

첫 번째, 먼저 불행한 한 여성의 슬픈 비밀과 사랑에 대한 영화이며 페미니즘 영화로 훌륭하게 연출되었다.

홍샤는 들을 수는 있지만 말을 하지 못하는 장애를 가지고 있다. 그녀는 남편으로부터 갖은 폭언과 폭력을 당하지만 말도 하지 못하고 감당해낸다. 그런 불행으로부터 그녀를 구해준 것은 한총의 폭약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그녀가 자신의 불행을 벗어나고자 했던 몸부림이었다. 미리 그녀의 남편이 폭약이 있는 곳으로 가도록 그녀가 유도하고 마침내 남편을 응징한 것이다. 어린 시절 부유한 집의 사랑스러웠던 자신이 경극을 보러 시장에 갔다가 납치를 당한다. 라홍은 자신의 부인을 죽이고 길거리에서 납치한 여자 아이를 사들여 말을 하지 못하도록 이빨과 목청을 잘라 벙어리로 만들어 갖은 폭행을 자행했던 것이다. 그 지긋지긋한 불행을 그녀는 끝내고 싶었다. 약한 여성의 자기 방어를 표현한 페미니즘을 지향한다.

두 번째는 배우들의 표현력이 훌륭했다. 주인공 홍샤역의 량예팅은 벙어리로 대사를 통해 내용을 전달하지 못하는 설정이다. 그래서 영화의 핵심적인 장면인 홍샤의 심리적 압박과 불행, 사랑에 대한 감정 등이 모두 비언어적으로 표현되었지만 감동이 그대로 전해진다. 남편 라홍이 죽게 되자 알 듯 말 듯 한 표정과 행동의 연기는 그녀가 남편의 죽음으로 여러 감정을 느끼고 있음을 알려준다. 또한 그녀가 불행에서 벗어난 이후 잠깐씩 느끼는 행복의 순간순간 그녀는 과거를 회상하며 숨겨진 불행을 기억해 낸다. 행복한 순간 뒤 불현 듯 그녀를 사로잡는 불행한 과거의 공포와 두려움이 무리 없이 전달된다. 또한 사랑을 깨닫고 행복해 하는 그녀와 그녀를 사랑하는 순진한 한총의 모습 또한 좋은 연기로 표현된다. 그리고 불행의 끝에 그녀는 한총의 돌봄과 사랑으로 드디어 상처를 치유 받는다. 가까워질수록 서로에게 끌리고 있음을 잔잔하게 표현한다. 그녀의 상처가 깊은 만큼 불처럼 타오르는 사랑이라기보다 서로를 돌보며 두 사람은 미래를 같이하고 싶은 따뜻한 감정을 관객인 나에게도 전달된다.

 

세 번째는 영화의 예술미를 꼽을 수 있다. 영화는 중국의 산골 마을에서 촬영되었다. 감독은 영화를 소개하면서 절벽에 가까운 촬영장에 도착하기 위해 배우와 스텝들이 매일 45분씩 걸어야 했으며 때에 따라 안개가 낀 산골에서 내려오는 데 서너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수고가 찬사로 이어질 만큼 영화의 배경이 되는 산골마을은 중국의 80년대 시골의 모습과 자연풍광의 멋을 그대로 보여준다. 때 묻지 않은 자연 속은 순수한 청년 한총과 같은 느낌을 준다.

 

 

불행과 행복, 그리고 다시 닥친 불행 속에서 사람에 대한 연민과 사랑에 대해 영화는 잔잔하게 감동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