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이를 먹은 것인지 요즘 대세가 트롯인지... 요즘 인기 속에 방송되고 있는 ‘놀면 뭐하니?’라는 방송 프로그램을 보다가 그만 울어버렸다. 예능 프로그램이라 가족이 모여서 내내 웃으면서 보고 있다가 그만 눈물을 참지 못했던 장면은 ‘불효자는 웁니다’란 노래가 나올 때였다. 이 노래를 듣고 눈물이 날 줄이야.
불러봐도 울어봐도 못 오실 어머님을
원통해 불러보고 땅을 치며 통곡해요
다시 못 올 어머니여 불초한 이 자식은
생전에 지은 죄를 엎드려 빕니다
손발이 터지도록 피땀을 흘리시며
못 믿을 이 자식의 금의환향 바라시고
고생하신 어머님이 드디어 이 세상을
눈물로 가셨나요 그리운 어머니
북망산 가시는 길 그리도 급하셔서
이국에 우는 자식 내몰라라 가셨나요
그리워라 어머님을 끝끝내 못 뵈옵고
산소에 엎푸러져 한없이 웁니다
‘불효자는 웁니다’란 노래는 돌아가신 아빠가 어쩌다 술자리에서 부르던 몇 안되는 노래 중에 하나였다. 돌아가신 아빠에게 이 노래는 좀 특별한 노래였던 것 같다. 아빠의 어머니이신 할머니는 너무 일찍 돌아가셔서 한 번도 뵌 적이 없었다. 시골에서 자식들 키우며 억척스럽게 일만 하시다가 끝내 막내 삼촌을 낳으시고 정말 일주일 만에 돌아가셨다. 어린 삼촌들과 고모들을 두고 아빠가 중학생이 될 무렵이었다. 갓난아기였던 삼촌은 뒤에 작은 할아버지 댁으로 양자로 보내졌고 아빠는 돌아가신 나의 할머니에 대해 정한이 깊이 남으셨다. 그런 아빠에게 어린 나와 동생들을 키우는 동안 아빠도 할머니가 그리워 지셨던 것 같다. 할머니 이야기를 하실 때 아빠는 고생만 하시다가 좋은 날을 보지 못하시고 떠나신 그 분의 삶에 대해 말해주곤 했고, 엄마가 고생하는 것을 한 번도 당연하게 생각하시지 않으셨던 기억이 났다. 그때는 몰랐던 그 감정을 갑자기 예능 프로그램에서 노래로 듣는 순간 덜컥 올라와 눈물로 흘러내렸다. 이제야 아빠가 어떤 마음으로 그 노래를 불렀을지 그 마음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방송에 비춰진 방청객 중에서는 나처럼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순간 평소 잘 느끼지 못했던 아빠에 대한 감정을 마음 저 속에서 순식간에 끌어내어 공감을 일으켰다. 예술은 장르가 뭐가 되었든 참 위대한 힘으로 우리를 잡아끄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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