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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공부

오늘의 [세월이 가면] 세월이 가면  박인환 지금 그 사람의 이름은 잊었지만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바람이 불고비가 올 때도나는 저 유리창 밖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과거는 남는 것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그 벤치 위에나뭇잎은 떨어지고나뭇잎은 흙이 되고나뭇잎에 덮여서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내 서늘한 가슴에 있건만 더보기
[오늘 외운 시] 푸른 밤 푸른 밤                                                                                                              네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서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네 머리위에서 바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네에게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사랑에서 치욕으로다시 치욕에서 사랑으로하루에도 몇 번씩 너에게로 드리웠던 두레박 그러나 매양 퍼올린 것은수만 갈래의 길어었을 따름이다 더보기
태백산맥 낭독극 대본 (2024 곰사람 송년회 낭독) 곰사람 글쓰기 송년회 낭독극 무대가 올려졌다. 후루룩 모여서 시작한 우리는 사람들 앞에서 나름의 열연을 했다. 모두 대사를 보는데 정신이 없었지만 새로운 도전에 즐거웠다.   6막 토벌대와 대치한 산사람들 장면  6막 솥뚜껑의 대사 지금 보면 얼굴이 붉어진다. 대사가 너무 빨랐다. 부끄럽지만 ... 새로운 경험이 되었다. 더보기
착한 의도의 힘겨움 학기 초 집에서 놀고 있더 캡슐커피 머신기를 학교에 가져다 두었다. 기계가 놀고 있으니 아깝기도하고 가루 인스턴트 커피가 지겨워지면 한 잔씩 물조절까지 해주는 기계의 편리함이 좋을 때가 있어서 였다. 그런데 5월이 되어가니 약간 머리가 아프다. 제목대로 착한 의도가 곤란함으로 변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 의도는 한 달에 한 번쯤 커피를 내는 기분 삼아 캡슐을 채워 넣어야지 했는데 캡슐값이 꽤 상당했다. 계산해보니 아무리 적게 잡아도 계속 커피를 리필하자면 1년에 상당한 돈을 캡슐커피 비용으로 써야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거기에 캡슐커피 뒷처리가 문제다. 캡슐커피를 마시고 난 뒤 나오는 캡슐을 그대로 버릴 수가 없어서 집에 다시 가져와 말려서 분리수거를 온전히 내가 해야 하는 몫이 되고 있다. 사무실 관.. 더보기
오늘의 문장과 단어(2024.1.13.) [오늘의 문장 출처] 제2의 성/ 시몬느 드 보부아르/ 동서문화사 [발췌] 매음은 묵인되고 정사는 장려된다. 결혼한 여자는 남편에게 부양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더구나 기혼여성은 독신여성보다 월등히 높은 사회적 권위를 누린다. 관습이 여성 독신자에게도 남성 독신자와 똑같은 성적 자유를 인정하기까지는 아직도 까마득하다. (중략) 신데렐라 신화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오늘날에도 모두 처녀의 몸으로 행운과 행복을 잡기 위해 어렵고도 불확실한 노력을 기울이기보다는, '멋진 왕자'를 통해 그것을 기대하는 편이 낫다고 장려한다. (중략) 노동자의 대다수에게 오늘날 노동이란 아무 보람 없는 고역이다. 게다가 여자에게는 이 고역이 사회적 권위나 관습으로부터 해방, 경제적 자주성 등의 구체적인 획득으로 보장되지 못.. 더보기
오늘의 단어와 문장(2024. 1. 12.) [오늘의 문장] [출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황보름/ 클레이하우스 [발췌] 부모님하고의 관계는 ...... 그냥 이렇게 생각하면 편하더라고요. 누군가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사는 삶보다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사는 게 더 맞지 않을까. 안타깝지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한테 실망하는 건. 하지만 그렇다고 평생 부모님이 원하는 대로 살 수는 없잖아요. 저도 한동안 후회 많이 했어요. 그러지 말걸, 말 들을 걸. 그런데 이런 후회도 어차피 돌이킬 수 없으니까 하는 거더라고요. 134쪽 [단상] 예전엔 내가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사람이 될까 걱정했었다. 어린 시절 백점을 받고 싶었던 이유도 부모님의 환한 웃음과 칭찬이 지배적이었고, 시험 성적이 나쁘면 아빠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런데 .. 더보기
오프로 진행된 글쓰기 토론 모임 한겨레 글쓰기 강좌에서 최진우 선생님이 주최해서 이어가고 있는 글쓰기 모임에서 이번에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앤 올앳원스'를 감상한 글쓰기와 토론을 오프로 진행했다. 많은 분들이 참가했고 방학이라는 여유가 있는 시기여서 마음을 담아 참가하게 되었다. 최근 생각이 너무 많아지고 심리적인 고민을 자꾸 키워가는 시기라 신선하고 나를 깨워낼 특별한 이벤트를 찾고 있어 참가를 결심했다. 같은 영화를 보고 나의 관점과 다른 새로운 시각을 만난다는 일은 실로 너무 놀랍다. 영화의 소재였던 다중우주를 체험하는 일이 잘 상상되지 않지만 나에게는 그것이 다중우주를 체험하는 시간이었다. 나의 차원에서 영화를 감상하고 궁금했었다. 나는 어려웠던 이 영화를 사람들은 어떤 관점에서 봤을까, 다중 우주를 사람들은 어떻게 해석하.. 더보기
(소설) 포도 밭 묘지 -재구성 글쓰기 포도의 죽음 2022.11.4. 송진숙 윤주의 전화를 받던 그 순간 몸이 굳는 것 같았다. ‘나의 저주 때문인가? 그럴 리가... 그렇게 빌고 빌었던 일들은 하나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한오가 죽었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머릿속이 하해졌다. 고등학교 시절 누구보다 잘 어울렸던 관계가 소원해진 것은 한오가 졸업도 하기 전에 은행에 취업되고 교실에 남는 내가 ‘미자’가 되었을 때부터다. 세상은 온통 모순투성이고 모든 것들이 나를 배신한 듯했다. 은행 면접장에 섰을 때 만해도 그길로 당장 은행 뱃지를 단 남색 카디건이 내 것일 줄 알았다. 3년 동안 넷 중에서 성적이 가장 좋았던 내가 창구에 앉아있을 대상이라고. 그러나 면접관은 나를 배신했다. 그들이 서류만 뒤적일 때 알아차렸다. 시큰둥한 눈빛과 자기들끼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