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트스 호라티우스가 아우구스투스에게 바친 시..
Tu ne quaesieris—scire nefas—quem mihi, quem tibi
finem di dederint, Leuconoë, nec Babylonios
temptaris numeros. ut melius, quicquid erit, pati!
seu plures hiemes, seu tribuit Iuppiter ultimam,
quae nunc oppositis debilitat pumicibus mare
Tyrhenum. Sapias, vina liques, et spatio brevi
spem longam reseces. dum loquimur, fugerit invida
aetas: carpe diem, quam minimum credula postero.
- Quintus Horatius Flaccus
레우코노에여 묻지 마시오,
신들이 당신과 나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 두었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오.
바빌론의 점쟁이에게 미혹되지도 마시오, 무엇이 오든 견디는 것이 더 좋은 법이오.
튀레눔 바다 절벽 위를 덮고 있는 그 겨울이
주피터 신이 당신에게 주신 또 하나의 겨울이든, 아니면 우리의 마지막 겨울이든 간에 말이오.
현명하시오, 와인도 드시오, 멀고 먼 희망은 떨쳐 버리시오, 생명은 짧다오.
우리가 말하는 동안에도 아까운 시간은 지나가고 있다오.
오늘을 즐기시오(잡으시오), 내일에 대한 믿음은 할 수만 있다면 접으시오.
-퀸투스 호라티우스 플라쿠스
올해 첫 번째 모토는 carpe diem(오늘을 잡아라/즐겨라)으로 결정했다. 작년에 영화를 보면서 찾아봤던 카르페디엠의 원전이다. 주어진 날을 소중하게 지내라는 말에 방점을 두고 올해는 집중해 볼까한다.
2020년 첫날, 뭔가 특별한 이벤트를 바랬건만 매우 조용히 새해의 문은 열렸다. 벌써 하루가 가뿐히 지나가고 어둠에 묻힌 저녁 시간도 깊어만 간다. 집에 감기 환자가 있어 영화라도 한편 볼까 하던 계획을 접고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조용히 지나는 새해의 첫날이 조금은 서운하다. 특별한 기억을 담아 두어야 할 것 같은데 그냥 편안하게 지나가는 하루가 나쁘지 않지만 허전하다.
새삼 느끼는 일이지만 그 왕성하던 역마살은 시간이 흐름과 함께 묽어져 집에서 편하게 하루를 보냈고, 사춘기를 넘어선 아이들은 예전처럼 이방 저방 제멋대로 뛰어 다니며 일을 만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자기 방에 한번 들어가면 잘 나오지 않는다. 이제 각자의 비밀이 생겼고 부모가 함께 놀아주기를 바라던 욕망은 어디엔가 벗어 두고 새로운 나비로 우화한 것이다. 예전에 그토록 바라던 것들이다. 나를 가만 나둬 줄 수 있는 시간, 그런데 원하던 그 시간이 막상 주어 졌는데 가슴 벅차게 기쁘지는 않다. 이것이 세월의 농간인 듯하다. 그토록 원하던 때에는 주어지지 않았던 것들이 굳이 필요하지 않을 때 한꺼번에 많이 주어지는 아이러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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