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며칠 전부터 읽어오던 강신주의 책 ‘철학적 시 읽기의 괴로움’을 마쳤다. 나에게 철학도 시도 모두 어려웠던 탓에 손이 가지 않았는데 도서관 서가를 돌아보다 우연히 손에 쥐게 되었다. 책에 소개된 시들은 대부분 알지 못하는 작품이었다. 그런데 선입견과는 다르게 제법 페이지 넘기는 속도가 났다. 시에 대한 작가의 철학적 해석은 매우 신선했다. 시와 함께 소개된 철학자와 그들의 책을 소개하는 내용은 시를 풍성하게 이해하도록 안내했다.
그 중 김종상 시인의 *원정(園丁)에 대한 작가의 글에 눈이 꽂혔다. ‘흥미로운 것은 죽음에 직면했을 때에만 삶도 분명해진다는 사실입니다. 바깥과 직면했을 때에만 안으로 규정될 수 있는 법이니까요. 타자를 만나지 못하면 자신을 자신으로 자각하지 못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일 겁니다.’
올해 초 어떤 모토로 삶을 살 것인가를 정할 때였다. 오늘처럼 내일이 영원하지 않을 텐데 나는 어떤 마음을 살아야 할까를 고민 하다가 나 역시 죽음과 멀리 있지 않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순간 나에게 남아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될지 궁금했다. 그러자 삶의 목표가 좀 더 선명해 졌고 하루하루가 새롭게 느껴졌다. 사람들이 왜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는 지 알 것 같았다.
오늘은 다시는 오지 않는다. 모든 사람은 결론을 향해 달리고 있는 것이고 그것은 죽음이다. 나는 영원히 존재할 수 없다. 글쓰기 수업을 미루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뤄두었던 일들을 해보기엔 시간이 부족할 수도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바로 지금, 원하는 걸 하려고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는 인생을 낭비하지 말라는 의미다. 사랑하는 일, 열정을 쏟고 싶었던 일, 소중한 사람과의 인연을 가벼이 여기지 말고 실행하라는 의미다. 죽음을 인식하면 삶이 담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보인다는 말이 조금 이해가 된다. 하지만 숨이 차게 살라는 의미는 아니다. 열심히 산다는 이유로 삶을 소진하며 타자 눈에 맞춰진 욕망과 기대에 살지 말라는 것도 올해 내 삶의 중요한 모토다.
*원정(園丁)정원이나 과수원 따위를 관리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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