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 거울을 들여다보던 남편은 미용실에 같이 가자고 조른다. 남편은 젊어서부터 새치가 많아 염색을 했다. 짧은 머리를 두 달에 한번 정도 자연스러운 검은색으로 물들인다. 어김없이 짧게 자른 옆머리가 새로 자라면서 앞머리와 어울리지 않게 은빛이 되어 있었다. 거울 속에서 만나는 얼굴에는 세월의 흔적이 새겨져 줄곧 신경을 쓰더니 은빛 머리카락까지는 용납이 안 되는 모양이다. 결국 남편을 따라 미용실에 갔다.
남자 전용 미용실에 한두 번 따라갔더니만 이제는 매번 같이 가자고 한다. 벽으로 붙여진 파란색 의자에 앉아 18년 동안 한 번도 바뀌지 않은 머리 스타일이 완성되는 과정을 지켜봤다.
지난달에도 그 전달에도 같은 모양인데 다시 묻는 남편이 좀 우습다.
“나 괜찮아 보여?”
“어디보자, 음, 그렇지 더 젊어 보인다.”
이 말 한마디에 기분이 좋아진 그는 돌아가는 길에 닭강정과 캔맥주를 샀다. 집으로 가던 걸음을 살짝 바꿔 주변 공원으로 갔다. 나뭇가지에 햇살이 걸려 그늘이 드리워진 벤치 앉아 사온 맥주를 나눠 마셨다. 짙푸르던 나뭇잎은 가을 햇볕에 초록이 옅어지고 있었고, 뜨겁던 햇살과 더운 공기는 어느새 부쩍 서늘해져 가을이 깊어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공원에는 아이들과 같이 나온 가족들이 가을 꽃 옆에서 사진을 찍고, 강아지와 산책을 나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천천히 가을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오며 아직은 아쉬운 시간에 대해 생각했다. 이젠 자연스러운 은빛 머리색도 어울릴 법한데 아직은 윤기 나는 검은 색의 머릿결을 포기하지 못하는 남편의 머리단장은 여름과도 같았던 싱싱하기만 했던 그의 젊음이란 것을 나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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