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다섯 시 반, 눈이 떠진다. 수영 강습이 있는 날이다. 이번 달 수강 신청을 하고 나서 얼마나 배웠나 헤아려 봤더니 꼬박 1년을 수영장에 다녔다. 이정도면 돌고래 못 되어도 붕어나 송사리 정도는 되겠지 했는데 어찌된 일인지 물속에만 들어가면 내가 육상 동물임을 명확히 깨닫는다. 다른 사람들은 어딘가에 아가미와 지느러미를 숨겨놓은 것처럼 수영장 레인을 몇 번이고 왕복한다. 언제나 가쁜 숨을 헐떡이며 맨 끝에서 살기위해 팔다리를 휘젓는 나를 제치고 쌩쌩 앞으로 잘도 간다.
이렇다 보니 수영 실력을 누구한테 말하기 어렵다. 때로는 수영장에 가기 싫은 날도 있다. 특히 전날 일이라도 있어 잠이 충분하지 않은 날은 몸이 더 무겁고 물을 밀거나 당기지 못해 속도가 나지 않는다. 스트레스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신기한 일은 그렇게 싫어하면서도 수영 강습에 거의 빠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왜일까? 물속에서 사투를 벌이다 시피 보내는 시간이 지나고 나면 왠지 모를 뿌듯함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이번에도 포기 하지 않고 버텼다는 자부심이 그 다음 시간에 물속에 나를 있게 한다. 또 이전보다 아주 조금이지만 더 나아졌다는 것에 만족스럽다. 단지 이유는 그것뿐이다. 사는 일이 어렵고 힘든 게 많다. 그래도 수영 연습만 같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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