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남편을 이어준 친구의 시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부고를 받았다. 날이 추워지니 연로하신 부모님의 건강이 조심스러웠는데 그런 일이 생겼다. 아침에 학교에 들러 연말정산 서류를 제출하고 집으로 돌아와 바로 서울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남편과 인연도 있고 해서 쉬는 남편과 함께 갔다. 오랜만에 서울 나들이는 이런 식이다.
친구는 결혼하고 2, 3년 분가하여 살다가 큰 아이를 낳고 바로 시댁으로 들어가 살았다. 맞벌이를 하는 친구는 아이를 맡기고 학교 일도 해야 해서 겸사겸사 이루어진 일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즉시 시집살이를 하게 된 것이다. 가끔 친구로부터 듣는 시댁살이는 만만하지 않았다. 시누이들에 시동생을 비롯해 시댁 식구들과의 이야기야 다 조금씩 갈등과 친근함이 서로 뒤엉킨 이야기들이지만 가끔인지 자주인지 모르지만 시부모님이 드실 음식을 만들기 위해 생닭을 스무 마리나 잡아와 물에 삶아 털을 뽑아 음식을 장만한다는 이야기라든가, 꿩만두를 집에서 족히 20인 분을 빚어야 한다는 이야기와 각종 입에 맞는 음식을 만드는 이야기를 들으면 요즘 사람들 이야기인가 좀 의아했다. 그 친구가 거짓말을 하는 친구는 아니니 사실일 것이다. 그 시부모님도 놀랍고 친구도 놀라웠다. 그러면서도 친구는 직장을 다니며 시부모님을 20년 이상 모시고 살았다. 결혼할 때부터 편찮으시다던 시어머니와 완고한 듯한 시아버지를 그렇게 오래 모시고 살다니 대단하다고 생각될 수밖에 없는 친구다. 지난겨울 만나서 잠깐 서로의 근황을 이야기하며 친구는 시아버지와 시어머니에게 살면서 힘도 들었지만 직장에 다니는 자신을 이해해 주며 잘해주셨다고 말했다.
문상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시부모님과 관계는 어떤 것인지 잠깐 생각해보았다. 시부모님을 부모님으로 마음속에서 받아들이게 된 것은 정확하지 않지만 아이를 낳으면서 인 것 같다. 마냥 낯설기만 했던 남편의 부모님이 나보다 더 깊은 정성과 사랑으로 아이를 걱정해 주시고 힘듦을 마다하시지 않고 아이 육아를 도와주셨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조금씩 부모님을 마음을 이해하고 부모님을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것은 무엇인가 스며들 듯이 마음에 물들어진 마음이다. 결혼이라는 서류나 약속으로 만들어지는 관계가 아니라 나도 모르게 생기는 연민, 감사, 서운함 등등이 다 녹여져 만든 새로운 관계이다. 친구도 그런 것 같다.
문상 問喪
- 명사 남의 죽음에 대하여 슬퍼하는 뜻을 드러내어 상주(喪主)를 위문함. 또는 그 위문.
- 명사 남의 죽음에 대하여 슬퍼하는 뜻을 드러내어 상주(喪主)를 위문함. 또는 그 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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