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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동생 내외

 

막내 동생이 집에 다녀갔다. 올케와 둘째 조카도 같이 왔다. 오랜만에 집에 들른 올케는 연신 자주 들르지 못함을 미안해했다. 그 이유에는 귀여운 조카와 관련이 있다. 올해 네 살이 되는 조카는 작고 뽀얀 얼굴에 쌍꺼풀 없는 예쁜 눈을 가진 귀여움이 넘치는 아기다. 밝고 명랑하지만 조카는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다. 아직까지 말을 하지 못한다. 언어발달이 지체되었고 신체의 발달에 비해 지능이 발달하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자신의 욕구를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고 사회적인 관계를 맺지 못하는 상태다. 그 사실을 부모인 동생네가 두 돌이 지날 무렵 알게 되었고 상당 기간 아이를 치료하기 위해 여러 기관을 다녀보고 아동 발달 센터에 적지 않은 돈을 내며 교육 프로그램에도 참여했지만 의사의 의견은 아이의 발달장애가 심각하다는 소견이었다.

 

취업하고 자리를 잡아 결혼하기까지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던 막내에게 어울리는 짝인 올케와의 결혼과 둘째가 태어났을 때까지 모두 기뻐했다. 지금도 조카들은 너무 이쁘다. 신체적으로 너무나 정상적인 아이의 현재 상황을 부모가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데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지 동생네를 통해 다시 알게 되었다. 지난 몇 달간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올케가 울었다. 마음이 복잡하고 힘들어서 가족들에게 안부조차 전하기 어려웠다는 말을 굳이 해야 하는 올케의 심정이 나를 더 미안하게 했다. 괜찮아지고 있다고 말하지만 괜찮지 않아 보였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는 말도 동생 부부의 마음이 얼마나 무거운지 알 것 같았다. 그냥 잘 자라고 있는 것만으로도 축복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었다가 올케의 눈물 섞인 목소리에서 다시 일깨우게 된다.

 

아이는 마냥 환하게 웃으며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위험해 보이는 난간까지도 올라가려고 애를 쓴다. 그래서 동생이 내내 아이 뒤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가족들은 모두 동생 부부를 응원하고 도와 주고 싶어 하지만 그것은 분명 한계가 있는 것 같다. 특히 마음에 드리운 걱정과 힘겨움은 나눠가질 수 없는 것들이다. 더욱이 코로나19로 외부 출입이 어렵던 시기에 사실을 알게 되어 힘든 과정을 거쳐온 터라 올케가 정신과 상담도 받았다고 했다. 그곳에서도 위로를 받지는 못하고 약 처방만을 받았다고 한다. 올케에게 필요한 것은 약도 위로도 아니었던 것 같다. 사실 기적이 더 필요했을 것 같다. 이제는 받아들이려고 애를 쓰는 것 같았다.

그냥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밖에는 할 것이 별로 없어서 미안했다. 올케의 마음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낼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 방법을 우리 모두 잘 알지는 못하는 것 같다. 동생을 통해 다시 생각한다. 부모는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할까. 나도 부모지만 나는 좋은 부모가 아니라는 생각을 요즘 종종하게 된다. 동생이 부모로서 가져야할 마음에 부담이 무겁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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