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를 가든지 거의 남편과 동행하는 중요한 물건이 하나 있다. 몇 년전 생일에 남편에게 선물한 어깨에 메는 가죽 가방이다. 수납을 위한 여러 부분으로 자크로 가장의 공간이 나뉜 갈색 가방은 언제나 남편의 외출에 동반 필수품이다. 한 번은 남편을 도와주려고 들어봤다가 그 무게에 깜짝 놀랐던 그 기억이 있다. 그때도 도대체 무엇이 들어 있을까 궁금했는데 드디어 가방 속을 볼 수 있게 되었다.
필요한 무엇인가를 찾다가 남편이 자신의 가방 안에 있다고 했다고 해서 그 갈색 가방을 열어보게 되었다. 그리고 찾으려는 것은 USB였는데 금세 찾을 것 같았던 물건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남편의 가방의 앞뒤를 모두 열어보게 되었다. 하나 둘 남편의 물건이 가방 밖으로 나왔다. 차 열쇠, 립밤, 작은 핸드크림, 작은 동전주머니, 카메라 봉, 지갑, 마트 상품권, 화장지, 볼펜 세 자루 등등 가방의 곳곳에서 적당히 필요한 것들이 계속해서 쏟아져 나왔다.
순간 웃음이 나왔고 만화영화 도라에몽의 배주머니가 생각났다. 일본 만화 도라에몽 고양이는 진구라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가 필요할 때마다 도라에몽의 주머니는 만물주머니가 되어 원하는 것들이 계속 나왔다. 가방에서 꺼낸 물건은 모두 어머어마한 것은 아니다. 도라에몽의 주머니처럼 비싼 것도, 멋진 것도 아니라 필요한 순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꼭 필요한 소소한 물건들이다. 남편의 가방 안에 물건들은 모두 내가 한번 쯤 본것 들이었다. 포장된 작은 물수건, 카메라 봉, 1회용 밴드 등이 그런 것이다.
하지만 내가 찾으려는 USB는 가방을 다 열어 봤지만 찾지 못했다. 하나씩 다시 가방 안에 넣어서 남편에게 가져다주었더니 금세 작은 동전 지갑 안에서 내가 찾아 물건을 찾아 주었다. 정말 도라에몽의 그것과 비슷했다. 그리고 남편에게 그 가방이 필요한 어느 때이건 도라에몽의 만능 주머니가 되어 주길 바랐다.
'잡동사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 시립 미술관 전시회 관람 (0) | 2023.01.20 |
---|---|
동생 내외 (0) | 2023.01.17 |
자만심 (0) | 2023.01.14 |
심리적인 압박 (0) | 2022.07.10 |
나는 완벽하지 않다. 그리고 힘겹다. (0) | 2022.06.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