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나섰던 귀성을 마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집을 나설 흩어 놓았던 이런저런 것들이 어지럽긴 하지만 따뜻한 우리 집이 역시 최고다. 엄마 집에서 이틀 밤을 자고 다시 시댁 식구들과 펜션에서 맞은 설명절 하루를 합해 3박 4일의 귀성 여행이 끝났다. 돌아와 빨랫감을 정리하고 고향에서 엄마가 챙겨주신 반찬들을 정리하며 몸이 피곤한 이 귀성길을 왜 거르지 않고 반복하는지 생각했다.
이틀간 내 고향집이자 엄마 집에서 맞은 설은 동생들 내외와 함께 지냈다. 아빠의 차례를 지낸 이틀 동안의 친정에서의 시간은 어릴 적 같이 부적거리면 살다가 서로 떨어져 지내면서 있었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기분 좋은 시간이었다. 벌써 조카들과 우리 아이들의 근황을 물어야 할 만큼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고, 예전에 아이들 교육문제를 이야기하던 시간도 과거가 되어가고 있었다. 살아가는 소소한 일상을 주고받으며 어릴 때 고양이와 강아지처럼 서로 다투기도 하며 자랐지만 이제는 서로의 처지를 더 이해하고 형제들의 존재와 덕담에 위로를 받는 나이가 되었다. 이틀의 짧은 시간이 지나고 각자의 삶터로 돌아갈 때는 엄마의 음식들과 정성을 받아서 돌아왔다. 다시금 엄마의 건강이 우리를 형제답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엄마한테 더 감사한 마음으로 인사를 드리고 올라왔다.
시댁에서 올해 처음 시댁에서 보내지 않고 펜션을 잡아 가족이 모이기로 했다. 몇 번 시도했지만 어머님이 가족 예배를 보며 같이 보내시길 강력히 원하셔서 그 전에 성사되지 못했던 일정이 어머님의 치매로 인해 집에서 모임이 어려워져서 성사되었다. 어머님은 치매가 급격히 진행되었다. 코로나 때 넘어지셔서 골절로 인해 병원 치료를 받으시면서 치매가 빠르게 진행되었다. 어머님을 아버님께서 돌보시는 데 두 분 다 연세가 많으셔서 어려움이 많다. 더구나 명절에 좁은 집에서 어머님을 돌보기 쉽지 않아 시도된 행사였다.
오랜만에 시댁 식구들이 모두 모여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한편 걱정도 있었다. 많이 좋아지신 모습이지만 이미 어머님과 같이 치매 증상이 시작된 아주버님의 모습을 보면서 늦은 나이에 직장을 옮겨 출근하시는 형님이 대단해 보였다. 그리고 이혼으로 혼자 조카를 키우는 삼촌이 이번 모임을 위해 준비를 많이 해주었다. 아이를 혼자 돌보기도 벅찬데 누구부도 조카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고 친구처럼 대하는 삼촌이 감사하면서도 보다 더 행복해시셨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는 점도 약간 시댁에서 느끼는 감정이다.
나의 시댁은 일반적인 시각에서 볼때 조금 부족한 부분들이 있다. 하지만 시댁의 가족들이 모두 좋은 것은 그 가족들 모두 다른 가족들이 불편해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살고 있다는 점이다. 마음속으로 자신들이 서로 꿋꿋이 살아주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일반적인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번에 모여서 그런 점을 더 느꼈다. 서로에게 뭔가를 더 해줄 수는 없더라도 가족이 서로에게 불편함이 되지 않으려는 그 마음으로 서로를 돌보고 있었다. 아마도 그것이 가족의 힘인 듯하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펜션에 눈이 쌓였다. 당장 집으로 돌아올 걱정하며 짐을 일찍 꾸려서 나오는 바람에 펜션에서 사진 한 장 찍지 못해 아쉬웠다. 고속도로를 달리며 이 힘든 귀성길에서 얻은 귀한 가르침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그리고 얻은 결론은 그것이 나에게는 올해를 살아갈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으로부터 위로를 받고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잘 되기를 바라고, 지금의 힘든 상황을 상의해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는 그 마음에 다시 감사하며 나의 삶터이자 전쟁터 같은 현실에서 그 무엇보다 큰 힘을 얻는 시간이었다는 점이다. 엄마가 계셔주셔서, 어머님과 아버님이 힘드시지만 계시니까, 혹은 동생들도 열심히 잘 살고 있으니까 나도 용기와 힘을 얻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위로가 되어 줄 수 있고 힘이 되니까. 서로를 위한 따뜻한 말뿐이더라도 그것을 힘을 얻어 다시 시작하는 용기를 주기 때문이다. 나에게 귀성길은 그런 위로와 응원이 되었던 것 같다.
'잡동사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월이 주는 변화 (0) | 2023.01.26 |
---|---|
문상 (0) | 2023.01.25 |
서울 시립 미술관 전시회 관람 (0) | 2023.01.20 |
동생 내외 (0) | 2023.01.17 |
도라에몽의 주머니 같은 남편의 가방 (0) | 2023.0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