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새 술이 좋고 친구는 오래된 친구가 좋다고 하던가 아침부터 광명역에 갔다. KTX를 타기 위해서가 아니라 KTX를 타고 오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장소를 광명역으로 정했다. 기재부에 근무하는 남편을 따라 세종시로 이사를 간 친구까지 모두 여섯이 모였다. 그녀가 세종으로 내려간 지 9년이나 되었다는데 그래서 9년 만에 만나는 것인데 엊그제 만난 것처럼 똑같다. 서로 너무 변하지 않아서 웃었지만 나머지 넷도 변한 게 별로 없다. 이제 흰머리가 늘었고 주름이 늘였다.
확실히 달라진 것은 이제 대화의 주제가 달라졌다. 스스럼 없이 나누는 대화의 주제는 우리들의 라이프 사이클이 달라졌음을 인식시켜 주는 것 같았다.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 속에서 서로가 많은 시간을 같이 해온 이해의 깊이가 느껴졌다. 만나지 못했던 기간에 어려움을 겪은 친구의 이야기를 조용히 들어주고 서로 위로해 주었다. 친구의 이야기 속에는 세상의 변화와 우리들의 위기가 같이 있었다.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녀의 힘들었던 마음과 그것을 이겨내려는 노력이 느껴졌다.
점심을 든든하게 먹고 인근의 광명동굴로 갔다. 겨울 평일의 한가한 광명동굴은 몇년전보다 더 좋아진 것 같았다. 예전에 가난한 서울 변두리의 광명은 없어지고 재개발과 신축된 건물만 가득해 보이는 광명이 사람들의 발걸음을 머물게 하는 장소가 하나 있다는 것으로 광명동굴은 성공적인 도시 개발 사례로 보였다. 친구들과 소소한 이야기를 하며 천천히 둘러보았다.
그리고 장소를 옮겨 국수집에서 헤어지기 전 아쉬움을 동동주 한 잔씩 하는 걸로 마무리했다. 서로의 건강을 기원해 주고 다시 시작될 우리의 2023년 바빠질 일상에 대해 응원하며 다음에 만날 날을 기약했다. 다음엔 멀리서 오는 친구에게 우리가 찾아가 만나자는 약속도 같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