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유해진씨가 카드 광고에 출현한 카피가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이미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 것도 안 하고 싶다."
그대 그 광고가 너무 마음에 들었지만 현실은 여전히 그 마음을 배신하고 뭔가를 하지 않으면 불안이 치밀었다.
지금도 상황은 마찬가지인데 자꾸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하다. 원래 이 카피를 '무엇도 하기 싫다'로 섰다. 그런데 그 느낌이 달랐다. 더 부정적인 표현이었다.
거기서 거기지만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와 '무엇도 하기 싫다.'가 좀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잠시 휴식을 가졌던 작년, 그 전까지 정말 연혼을 팔아 넣듯이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고, 실재로도 그랬던 것 같다. 마음속에 불안이 있었다. 게으르면 안 된다는 불안, 뭔가를 하지 않으면 불필요한 사람처럼 생각되는 그 불안에 나를 지배하고 있다.
왜 그런지 모르지만 게으르면 싫다. 큰 아이가 고등학교 다니면서 공부에 집중했으면 하고 바랬지만 시간의 많은 부분을 게임을 했다. 나는 그게 싫었다. 게으르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늦은 시간까지 게임하는 아이에게 서운함을 넘어 미움이 생겼다. 물론 오래가지 못하는 미움이라서 혼내고 때로는 욕도 해주고 나서 뒤돌아 후회하고 또 잊었다가 게으름을 보면 또 화를 내거나 짜증을 냈다.
나는 마음에 여유가 많지 않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유머가 넘치는 사람이다. 유머란 여유이며, 상대방을 관대하게 봐주는 풍성함을 포함하고 있다. 그런 사람들은 굳이 격렬하게 열심히 사는 것 같지는 않다. 세상의 거친 파도를 유연하게 넘는 파도타기 명수들 처럼 힘든 시간들도 긍정적인 에너지를 뿜어내며 순조롭게 넘긴다. 그러나 나는 매번 조바심을 냈다. 그렇게 살다 보니 열심히 사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사람을 질투하거나 온당하지 않다고 생각한 것 같다. 지금도 마음 저 속에 그것이 해소되지 않았다. 나는 이것이 무서운 편견임을 안다. 그러나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그나마 많이 옅어지기는 했다고 생각하지만 오래된 습관과도 같이 자리 잡은 이 마음이 나를 아등바등하게 만들고 좋고 나쁜 편을 갈라 마음에 내려놓는다.
게으른 것이 아니라 여유일수 있고, 굳이 힘이 들어간 상태로 일하지 않아도 되는데 나는 항상 힘이 들어가 있어서 작은 일에도 많은 에너지를 사용해서 효용이 크게 떨어진다. 마친 낡고 무거운 기계가 억지로 돌아가면 일하는 느낌이 든다. 거기다 나이를 먹어간다. 에너지가 넘치는 정점은 예전에 지나갔다. 그럼에도 강박은 남아 나를 게으르다고 심리적으로 몰아친다.
그리고 이젠 마음이 속삭인다. '아무 것도 안 하고 싶다. 이미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격렬 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지친 것이 분명하며, 선했든 그러지 않았든 나를 지탱해준 해야 한다가 먼저 떨어져 나가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내일은 월요일, 직장에 가야 하는 데 하려고 가져온 보고서를 USB에 그대로 두었다. 아, 부담만 되는 데 여전히 하고 싶지는 않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요즘 학교는 안녕하지 않은 것 같다 (0) | 2022.09.02 |
---|---|
내 마음 속 질투의 화신 (0) | 2022.08.30 |
으이구.... (0) | 2022.08.27 |
얇아지는 손톱, 얇아지는 자신감.. (0) | 2022.05.18 |
아득히 먼 곳 (0) | 2021.1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