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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리뷰

후반부가 아쉬웠던 영화 '변산'

영화 : 변산

감독: 이준익

주연: 박정민 (학수 역)

김고은 (선미 역)

장항선 (학수 부)

개봉: 2018

 

 

 

<줄거리> 서울 어느 변두리 어느 편이점 알바 학수는 쇼미더머니의 심뻑으로 유명한 래퍼다. 경연 중 어머니라는 키워드에서 떠올리기 싫었던 자신의 아픈 과거로 인해 랩을 멈춰 버리고 탈락한다. 이때 고향에서 걸러 온 전화, 아버지의 입원과 병원으로 오라는 소식을 접하고 죽기보다 싫었던 고향, 부안으로 간다. 아버지, 평생 건달이었고 어머니를 돌보지 않았고 심지어 어머니가 죽던 날에도 얼굴 한번 비추지 않는 애증의 가족이다. 자신에게 깊은 아픔만 준 고향 변산과 아버지는 동일한 대상이며, 가슴속에 남은 아프고 슬픈 어머니에 대한 기억도 고향의 갯벌을 꽉 매운 노을과 같이 아련한 아름다움이 엄마였다.

 

아프다고 누운 아버지가 미웠고, 자신에게 한 번도 도움이 되지 않았던 고향 변산에 도착한다. 자신을 부른 이는 아버지와 한병실을 쓰고 아버지를 돌보던 동창 선미였다. 선미는 혁수로 인해 소설가가 되었고, 그를 보고 싶었다 그러나 상처받은 고양이처럼 날카로워진 혁수가 안타깝다. 거기에 자신의 시를 훔쳐서 상을 받고 지금은 기자가 된 선배 원주, 첫사랑 미경, 자신이 어릴 때 괴롭혔던 용대는 지역 양아치가 되어 자신을 괴롭힌다. 역시 고향은 그의 랩에서처럼 지옥보다 못하다.

 

그런 학수는 자신을 고향으로 부른 선미로부터 자신을 발견하다. 마주쳐 현실을 직면하지 않았던 자신과 아버지와 고향 변산으로부터 시작되었고 그 아픔이 자신을 키워왔음을 깨닫고 화해하게 된다.

 

<영화평> 앞부분에 푹 빠졌다가 실망으로 마감한 영화다. 영화의 내용은 재미있는 청춘 영화로 마침표를 찍는 느낌이었다. 내가 기대한 것은 각 캐릭터가 너무 마음에 들어 혁수의 현실은 어디로 이어지는지 궁금했는데, 고향과 아버지와 화해는 어떻게 하는지 궁금했지만 너무 작위적으로 마쳤다. 영화가 픽션이라서 어차피 꾸며진 이야기이지만 혁수의 사랑과 고향과의 화해가 그렇게 절벽으로 떨어지는 듯 비현실적인 결말로 마감하는 게 이상했다. 고향의 노을은 삶의 현실적인 비극과 아픔을 품고서야 아름답다. 아버지에 대한 미움과 어머니에 대안 연민과 그리움, 고향에서 받은 것 없다는 상실감과 허탈함 밖에 없을 때 눈앞에 펼쳐진 노을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미웠을 지도 모른다.

 

 

학수에게 고향이 어떻게 노을처럼 아름답게 보일기만 할까만은 노을처럼 한 가지 색이 아니라 여러 알 수 없는 빛깔까지 합쳐져 노을의 아름다움이 되고, 노을과 지면이 만나는 순간에 현실과 자신이 꿈꾸는 무엇이 합쳐지는 지점이 될 것이다. 그렇게 모든 것이 하나의 풍경을 만들 듯이 학수의 아픔과 애증과 결핍과 부조리조차 그 풍경에 어우러질 줄 알았는데 영화가 그렇게 마무리를 하지 않았다.

 

이준익 감독이 만든 영화속 캐리터가 좋았고 처절한 인생에서 유머가 빛났지만 삶을 치열하게 살아내는 학수의 화해가 너무 아쉽다. 그냥 청춘영화로 마감하기엔 해야 할 이야기가 더 있을 것 같았는데 딱 거기서 선회하여 청춘영화가 되었다. 좀 더 현실적인 가능성이 많은 변산의 결말을 원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