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잊고 지내던, 손에 닿지 않는 책꽂이에 곱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시집을 꺼내 읽었다. 10년 전쯤 독서 모임의 후배에게서 받은 예쁜 책이다. 고인이 되신 장영희 교수님의 영미(英美) 시와 자신의 생각을 에세이로 붙여 놓은 ‘축복’이란 시집이다. 투병 중에 쓴 글임에도 너무 아름답고 좋은 말들이 담겨 있다.
All That Is Gold Does Not Glitter
J.R.R. Tolkien
All that is gold does not glitter
Not all those who wander are lost
The old that is strong does not wither
Deep roots are reached by frost
From the ashes a fire shall be woken
A light from the shadows shall spring;
Renewed shall be blade that was broken
The crownless again shall be king
금이라 해서 다 반짝이는 것은 아니다
J.R.R. 돌킨
금이라 해서 다 반짝이는 것은 아니며
헤매는 자 다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
오래되었어도 강한 것은 시들지 않고
깊은 뿌리에는 서리가 닿지 못한다
타버린 재에서 새로이 불길이 일고
어두운 그림자에서 빛이 솟구칠 것이다
부러진 칼날은 온전해질 것이며
왕관을 잃은 자 다시 왕이 되리라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시다. 이 유명한 문장이 여기에서 반짝일 줄 미처 몰랐을 때도 첫 문장을 고등학교 시절 영어 예문으로 열심히 받아 적곤 했다.
반짝인다고 다 금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그럼에도 오랫동안 반짝이는 삶을 원했다. 생각해보면 금이라고 해서 다 반짝이는 것이 아니었는데 말이다. 반짝이는 삶을 위해 열심히 달리기도 하고 넘어지기도 하고 잡히지 않는 신기루에 매달려 여기저기로 왔는데 그것이 인생의 괘적으로 남는 것이 아닌가 한다.
역시 해매는 자가 모두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 삶에서 지치지 않고 인생이 이끄는 길을 묵묵히 걸어가다 보면 언젠가 알 것 같은 싯구들이다. 시만큼이나 장영희 교수님의 글도 아름다웠다.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가고 있는 사람 중에 헷갈려 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그리고 나만 해매는 것 같아 속상하고 자책하던 때도 많았지만 그렇게 해매면서 알아간 것들이 많았고 또 소중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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