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초 가을이 깊어가는 요즘 새로운 여행을 다녀왔다.
제주도로...
비행기에서 내려다 보는 제주도는 항상 새롭다. 그리고 여전히 아름다웠다.
이번 여행은 좀 다른 여행이다.
다크투어리즘....
재난, 전쟁, 학살 등 비극적인 역사적 사건이 일어난 장소를 돌아보며, 지역의 슬픔이나 아픔을 이해하고 우리 삶의 교훈을 얻는 여행이다. 아우슈비츠 수용소, 히로시마 평화 기념공원, 서대문 형무소 등이 있다.
이번에 다녀온 여행은 4.3 평화유적지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다크투어리즘을 경험할 수 있는 여행지였다.
동백꽃은 통꽃으로 꽃이 질 때 잎이 하나씩 떨어지지 않고 꽃받침부터 한 송이의 꽃이 붉은빛이 선연한 채 떨어진다.
4.3 당시 희생자들의 생명이 꽃처럼 송두리째 떨어져 사라졌음을 상징한다.
청동이 녹슬은 빛은 초록빛이 구름낀 가을하늘에 처연하다.
4.3 당시 목숨을 잃었던 4만여명의 넋을 기리기 위한 제기(제사 그릇) 모양의 기념관이 맞아 주었다.
기념관에 대한 소개는 제주 4.3 평화 공원의 온라인 해설 영상(최태성 선생님)을 보면 이해가 쉬웠다.
https://www.youtube.com/watch?v=8rdzFmu54Hs
기념관의 바깥으로 한라산을 향한 양지 바른 곳에는 병풍처럼 세웨전 각명비해 추모비가 위치해 있다.
각명비는 단순한 추모비를 너머 4.3 당시 희생된 분들의 죽음을 기록하며그 분들이 살았던 한 개인의 역사를 나름대로 담고 싶어하는 제주 4.3 기념회 분들의 의도가 느껴졌다.
4.3 평화공원은 당시 희생을 크게 치뤘던 제주의 중산간 지대에 형성되어 있다.
때문에 평화공원의 위치는 아이러니하게도 너무나 아름답다.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산 중턱에 한라산을 배경으로 자리한 공원에는 희생자의 죽음을 애도하는 제주 사람들의 노력이 엿보인다.
4.3 으로 돌아가신 분들의 이름과 함께 당시 채포되 육지의 형무소로 떠나 다시 돌아올 수 없었던 행방불명의 사람들의 표지석도 함께했다.
인원으로 4천명이 넘는 분들이 찾을 수 없는 이름이 되어 표지석으로 남았다.
첫날 여행중 다랑쉬 오름아래 있었던 군경 토벌작전으로 불을 피우고 굴을 막아 질식사 하도록 했던 다랑쉬 굴에 숨었던 사람들이 유해 발굴 모형은 소름이 돋았다.
사람이 사람에게 그렇게 가혹한 행위를 하다니...
당시 이승만과 그를 옹호한 정권의 추악함이 무서웠다.
어린이, 부녀자, 노인 들이 사상에 대해 무엇을 얼마나 잘못했을까...
네이버 지도
제주4.3평화공원
map.naver.com
둘째 날,
실재 소각명령으로 사라진 마을을 방문했다.
사리진 100여 개의 마을 중 하나...
와산리 종남밭(눈뫼 참나무 많은 대지의 마을)
가로세로 채 500m가 될 듯한 공간에 중산간 지역 주민 250여 세대를 모아 5년 간 가둬 두었던 곳을 복원한 곳이다.
성을 쌓고 지서와 초소까지 둬어 주민들이 농사를 지으러 출입할 때에도 신분을 검사받았다.
네이버 지도
낙선동4.3성
map.naver.com
처연한 가을 날 바다를 향해 아름답게 연결된 해안가에 도착해서 곤을동 마을로 갔다.
물이 항상 고였다는 이 마을은 지금은 폐허만이 우리를 맞았다.
4.3 사건 당시 가장 많은 죽음을 낳았던 1948년 11월 이승만의 계엄령 선포이후, 제주도의 각 지역은 토벌대의 작전 대상이 되어 소개됨과 동시에 산사람들을 집단으로 학살하는 일들이 계속되었다고 한다.
해를 넘긴 1949년 1월 5일과 6일 사이 드물게 바닷가였던 곤을동 마을에도 토벌대가 도착하고 이를 보고 도망을 치던 청년이 곤을동 마을에 숨어 찾을 수 없자 토벌대는 마을 주민들을 모두 바닷가에 끌고 나와 총살했다고 한다.
그뒤 마을을 불태우고 이 마을을 사람들이 살았던 흔적만을 간직한 폐허로 남게 되었다고 한다.
네이버 지도
곤을동4.3유적지
map.naver.com
제주 올렛길 12코스가 이어진 아름다운 곳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비극적인 죽음과 제주 사람을의 애끓는 분노가 자리한 곳이기도 하다.
현기영 작가의 순이 삼촌을 읽고 여행을 시작하면 어떨가 추천한다.
또한 너무 어린 아이들은 이 여행을 조금 더 자란 뒤에 적어도 10대 중반 정도를 지나야 여행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너무 비극적인 역사를 아이들이 받아들이기엔 조금 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할 것 같은 여행이었다.
제주의 아름다움과 함께 그 지역의 역사를 배우는 여행도 우리를 더 깊이 있게 이끌어 줄 것 같다.
'가끔이지만 떠남이 행복한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4 발리로 향한 자유여행2(여행 계획 단계1) (0) | 2024.01.28 |
---|---|
2024 발리로 향한 자유여행1(여행 계획 단계) (0) | 2024.01.28 |
가을여행-동해 바다에 마을을 홀리다 (0) | 2021.10.17 |
5월 충주 여행 추천 (0) | 2021.05.20 |
2019년 가을 논산답사 (0) | 2019.10.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