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편지를 쓸 수있다. 그래서...
호진아, 네게서 온 택배를 어제 받았어. 아빠랑 함께 택배 상자를 열어보니 네가 손을 흔들며 운동장을 돌아 들어갔던 그 때 입었던 옷과 신발이 돌아왔더라. 아빠는 너의 모든 순간을 다 스크랩하듯이 사진을 찍어 놓으셨어. 엄마는 그 택배를 받을 때 마음이 어떨까 많이 궁금했었는데 생각보다 많이 차분했어.
다행이 준비해 갔던 몇 가지 물건은 네가 잘 사용할 것 같아 안심이었고. 이제 보급품이라는 것을 받았을 것 같은데 너의 느낌도 궁금해. 그리고 같이 보내온 편지는 이제 호진이가 마냥 어린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모든 글귀에서 보여주고 있었어. 그래서 더 차분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 편지 글을 아빠가 읽어줬어. 물론 아빠는 감동을 받았고, 대견스러워 하셨지.
어느새 다 큰 너의 마음이 전해졌어. 속 깊은 너의 글에는 단순히 군에 입대해서 느꺼지는 것 이외에 너의 생각이 쑥 자라게 된 느낌이 아마 좀 일찍 시작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했지. 엄마는 너의 미국행이 너의 생각을 더 깊게 만든 계기였을 거라고 생각해. 다른 세상에 발을 대딛는 다는 것은 모험이지. 세상을 향한 모험.
고3 그 혼란스러웠던 시기에 두 가지 길을 같이 고민하고 준비하는 것은 엄마, 아빠도 낯설었지만 심리적으로 너에게 많은 부담이 되었을 거야. 아는 사람들이 몇 번씩 물었거든. 그 결정이 호진이의 결정인가를 말야. 사실 그때 자신이 없었어. 아빠랑 여러번 고민도 하고 의견 차이도 있었지만 네가 용감하게 실행해 준 덕분에 결정된 일이었어. 그곳에서 잘 적응하고 힘들었지만 물리적으로는 작은 도시와 학교에 머물렀을 지 몰라도, 다른 세상을 경험한 호진이의 마음의 크기라고 생각해.
군입대를 하면서 걱정했던 것과 달리, 마음을 잘 잡고 웃는 얼굴로 군에 입대할 때 고마웠어. 많이 긴장되고 낯선 그 세계에 들어간다는 것은 또 다른 모험이고 도전일 텐데, 네가 걱정하는 얼굴 대신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을 주었거든. 그래도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지. 전에 말했듯이 온 몸에 근육이라고는 없는 네가 무거운 총과 장비를 입거나 들고 훈련을 한다는 것은 몸이 감당해야하는 물리적인 고통이 같이 할테니 말야. 근육통을 비롯한 여기저기 몸에서 보이는 현실이 있겠지.
엄마 글쓰기 제목 중에 '아이와 함께 성장하기'라는 코너가 있어. 딱 그 제목 같아. 너랑 예림이가 성장할 때 있었던 중요한 일들을 사진과 함께 남긴 글인데 네가 성장하는 만큼 짝 그만큼 엄마와 아빠도 같이 성장해. 네가 대전으로 학교를 갔을 때 그때도 그랬고, 다시 미국으로 공부하러 갔을 때 지도에만 있던 맴피스가 엄마 아빠가 아는 도시가 되었지.
그리고 호진이가 입대하던 그날, 다시 군대에 대해서 더 알게 되었고, 생각하게 되었어. 많은 것을 같이 알아가고 깨닫게 된다. 이제 쑥 커서 아이가 아닌 늠름한 청년 호진이가 많이 대견스럽고 멋지다. 힘든 날들이겠지만 긍정적인 네 모습이 아빠를 닮아가고 있어. 호진아. 아빠는 긍정적이고 도전하는 사람이야. 너도 그렇고.
더운날이지만 오늘 훈련도 잘 소화해 내렴. 화이팅,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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