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방에 있다가 잠시 위로를 받으러 온 둘째의 심기를 건들고야 말았다. 발을 구르며 뒤도 안 돌아보고 가는 걸 보니 화가 났다.
'왜 그랬을까?' 그것은 그녀의 아들 자랑과 최근의 자신의 집을 매매하고 새로 산 집을 실컷 자랑한 전화를 마친 후였다. 대뜸 둘째가 말했다. " 왜 그전화를 받아?" 그 말이 맞다. 그 전화는 받지 말았어야 하거나 그냥 피곤하다고 말했어야 한다. 아마도 한동안 그녀에게 전화하는 일은 잠시 멈출 것 같다. 그것은 내가 부족해서가 먼저고 그녀의 자랑을 받아줄 만큼의 여유가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녀의 자랑은 얼마 전 새로 집을 구한 이야기로 시작했다. 경제적인 감각이 뛰어난 그녀가 옆동네 우리 집 보다 평수가 큰 자신의 집을 매매하고 새로 상가 주택을 매입했다는 소식으로 출발했다. 집은 그녀의 안목대로 전철역과 가깝고 새로 조성된 택지 지구의 상가주택이라고 소개했다. 집이 매우 좋은지 과정까지 세세히 설명했다. 그리고 이어진 이야기는 엄친아이자 첫째의 친구인 아들 자랑이었다.
솔직히 부럽다. 나는 애써 키워주려 했던 감각과 태도를 그녀의 아들은 몇가지를 가지고 있다. 예전에는 다소 경쟁적인 아이가 조금 걱정되었지만 요즘 시대의 젊은 세대의 생각을 갖춘 아이다. 그리고 자기 몫을 잘 챙기고 또 자랑을 듣다 보면 너무 잘하고 있다. 나도 그런 면이 나쁘지 않고 또 스마트한 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자랑이 가끔은 나의 내면을 꼬이게 만들기도 한다. 부러우면 지는 것이라더니 정말 지고 말았나 보다.
유학을 생각하는 첫째는 요즘 매일 게임 삼매경에 집에서 너무나 편하게 먹고 논다. 한편 인생의 대부분을 달려야 하니 지금처럼 쉬는 인생 나쁘지 않고, 아이가 유해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다가도 너무나 여유로운 아이의 태도가 조금 걱정된다. 아빠가 너무 많이 챙겨주는 것도 나에게는 좋은 모습은 아니다. 유학비용에 준비할 것들 등등 나는 돈을 벌어도 매번 손에 든 모래알처럼 사라지는 데 그 아이는 과외로 일반 월급쟁이의 돈을 척척 벌고 장학금을 받는다고 친구의 자랑이 쉬지 않는다. 이게 원인이었다.
그런데 나의 사정은 그다지 좋지 않다. 아프신 부모님, 지속적으로 써야할 비용들, 아이들의 마음가짐이 부족하게만 느껴지니 속상했다. 그게 정확한 표현이다. 그런데 또 잠시 생각한다. 지난번 수영장에서 지체장애를 가진 다 큰 아이들 데리고 수영장에 와서 걷기 운동을 하는 또 다른 그녀와 그녀의 엄마를 생각했다. 그리고 막내 동생의 아이를 생각하며 세상이 불공평하지만 그나마 나는 행복한 것이 아닌가?
인생살이가 새옹지마란 말을 언제 이해할지 모르지만 지금에 충실하고 나에게 주어진 것을 성실하게 살아내야 된다는 것만 깨닫는다. 괜히 둘째 심기를 건드린 내가 한없이 어리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나이에는 말 하나에도 조심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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