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고등학교 1학년이었다. 학교를 익산 시내로 다니기 위해 콩나물 버스에 오르면 학교 정류장까지 가는 동안 오징어가 되기 일수였다. 학교에 가는 길에 지금의 국민의 힘의 기초가 되었던 민정당 당사가 있었다. 아침에 청소가 되어 거리가 정리가 되었지만 알싸한 최류탄 냄새를 통해 밤새 얼마나 격렬한 시위가 있었는지 가늠하곤 했었다.
1학년 2학기 즘 반 친구들이 시끌시끌 거렸다.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기 때문이었다. 당시 노태우 민정당 민정당 대표가 대통령 후보로 올라와 있었고 야당의 후보와 선거전이 치열했다. 이렇게 된 데는 1987년 6.10항쟁이라는 큰 일이 있기까지 그해는 내내 시위가 끊이지 않았다. 1980년 광주 항쟁을 짓밟고 체육관에서 대통령이 되었던 전두환씨의 뒤를 이은 노태우씨는 국민들의 항쟁에 대통령 직선제를 받아들였고, 거의 모든 국민들은 오랫만에 돌아온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논쟁이 어디서나 치열했다.
오늘 뉴스에 노태우씨의 사망 소식이 전해졌다. 한 나라의 대통령을 지내신 분이니 높여서 그의 죽음을 전해야 하지만 그의 정치적 과오를 생각하면 예우는 좀 이르다. 그래도 그의 행적은 군부 구테타에 의해 정권을 잡고 대통령이 되었던 친구이자 그의 선임 이었던 전두환과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절대 권력을 쥐기 위해 많은 사람들을 괴롭게 했던 그의 여욕의 삶도 오늘 마감을 하였다. 영원히 살것 처럼 반성과 사죄가 없는 전두환보다는 훨씬 인생의 마무리를 잘 하고 떠나는 것 같다.
사람의 일생은 덧없다. 그의 죽음이 이 사실을 한 번 더 알려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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