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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리뷰

동백꽃 필 무렵(마음이 따뜻해 집니다.)

동백꽃 필 무렵

    



 대사 한마디 마다 매력이 다시 뿜어져 나오는 따뜻한 드라마 한편을 소개하려고 한다. 드라마 천국 같은 요즘 본방 사수의 정주행을 달리고 있는 나의 드라마는 동백꽃 필 무렵이다.

충청도 어디쯤에 있을 법한 가상의 바닷가 마을 옹산에 어느 날 수상한 미모의 동백이 나타난다. 스무살 갓피어난 동백꽃처럼 어여쁜 그녀는 까멜리아라는 술집 사장님이고 필구라는 어린 아들을 둔 미혼모다. 가족 같은 분위기의 작은 마을 옹산에서 까멜리아와 동백의 현실은 녹녹하지 않지만 항상 괜찮다며 참고 살아간다. 아들 필구를 위해서. 그런 그녀를 사랑하는 용식이 나타난다. 혈기 왕성 열혈 경찰관 황용식은 동백을 지지해주고 응원하고 사랑하며 보호하려고 한다.





이 드라마를 좋아하는 이유가 사랑 이야기라서 좋아하는 것만은 아니다. 이 드라마의 매력은 사람이 사람에게 기적이 될 수 있다란 주제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젊고 예쁜 동백은 옹산에서 잘 버티고는 있지만 사람들과 섞이지 못한다. 고아로 버려진 어린 시절부터 남들 다 있는 것을 갖지 못한 동백은 아들 필구를 위해 그냥 열심히 산다. 그런 그녀를 사람들은 무시하고 만만하게만 본다.


노규태 부인 : 생글생글 잘 웃어줘요, 친절하게. 그게 동백씨 일이잖아요.


동백 : 사람들이 사는 게 징글징글 할 때 술 마시러 오잖아요. 만사 다 지치고 짜증날 때 나는 사람들에게 왠만하면 다정하고 싶어요. 다정은 공짜니까 서로 좀 친절해도 되잖아요. 그런데 어떨 때 사람들은 나한테 너무 막 해. 너무 함부로 일 때도 있고.

 

그러나 노골적인 표현에도 동백은 당당하다.

동백 : 노매너에 노서비스야.

동백 : 저요, 안부끄러워요. 우리 아들에게 하나도 안부끄러워요. 미안한 엄마이기는 하지만 부끄러운 엄마는 아니에요.

동백 : 저는 여기서 술만 팔아요, 그러니까 여기서 살 수 있는 건 딱 술뿐이에요.

    



 

이런 동백이도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고 응원해주는 용식에게 서러운 속마음을 말합니다.

동백 : 사는 게 너무 쪽팔려서요. 내 인생은 뭐가 이래요. 학교 때는 반에 고아도 나하나, 커서는 동네에 미혼모도 나하나, 48만원 때문에 아들 철들게 하는 것도 나하나. 나도 좀 쨍하게 살고 싶은데. 세상이 나한테 야박해. 나한테 창피를 줘.

 

그리고 용식은 다시 동백을 일으켜 세운다.

용식 : 동백씨 억세게 운 좋은 거 아녀요? 고아에, 미혼모가 필구를 혼자서 저렇게 잘 키우고, 자영업 사장님까지 됐어요. 남 탓 안하고요. 치사하게 안 살고, 그 와중에 남보다 더 착하고 착실하게 그렇게 살아내는 거, 그거 다들 우러러보고 박수쳐줘야 될 거 아니냐고요. 남들 같았으면 진즉에 나자빠졌어요. ... 동백씨, 이 동네에서요, 제일로 쎄구요, 제일로 강하고, 제일로 훌륭하고, 제일로 장해요.

 

이 말에 동백이 운다. 그리고 나도 울고 말았다.

동백 : 나한테 그런 말 해주지마요. 그냥 죽어라 참고 있는데 누가 내 편 들어주면... 나 막 막 나 그냥 편들어 주지 마요. 칭찬도 해주지 마요 그냥. 왜 자꾸 이쁘데요. 왜 자꾸 나보고 자랑이래. 나는 그런 말들 다 너무 처음이라, 막 마음이 울렁울렁... 울렁울렁... 이 악물고 사는 사람 왜 울리고 그래요.

 

이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외롭고 힘겨웠던 미혼모에게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헤어진 남자 친구의 칭찬이었던 두루치기 안주였던 여자가 엄마로서 당당하게 사랑받는 한 사람으로서 당당하게 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 힘이 바로 사람으로부터 온다.

    


 

드라마의 또 다른 재미는 조연들의 멋진 연기다. 누구하나 나무랄대 없는 조연의 감칠맛 나는 연기는 동백과 용식 말고도 아들 필구, 용식의 엄마 곽순덕, 옹산 파울소 변소장, 잔성 손님 노규태와 노규태의 변호사 부인 홍자영 그리고 옹산의 아줌마들까지 차고 넘치는 듯하다. 거기에 아직 미궁 속에 있는 연쇄 살인범 까불이의 정체까지 여러 요소를 잘 섞어놓은 이 드라마를 가을에 마음이 따뜻해지기를 바라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