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곰사람 송년모임에 참석했다. 올해 글쓰기에 에너지를 조금 뺐다. 시간이 갈수록 사유의 깊이가 얕은 나에게 무리한 글쓰기 참여는 어려운 일이었다. 그럼에도 몇 번의 오프모임에 참가하고 생각을 나누었던 그 시간이 귀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이번에 새로운 이벤트는 라디오극 처럼 낭독극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4.3모임에서 태백산맥 읽기 프로젝트로 이어질 때 1~3권을 다시 읽었다. 그 책을 낭독극으로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 송년 모임 한 달전 모집된 참여자들이 4번의 연습을 통해 후루룩 완성한 낭독극이 올려졌다. 마지막 연습을 위해 근처의 스튜디어 콘스탄틴에 잠시 모여 동선까지 확인해보고 마지막 연습을 마치면서 사알짝 긴장~~~ 할 줄 알았는데 이상하리 만큼 그냥 마음이 편했다.
3시에 마쳐 장소에 도착하니, 오프에서 뵙지 못했던 분들도 만났고 올해 같은 글쓰기 공간을 넘나들며 공감과 위로를 받았던 일을 서로 나눌 수있었다. 모임을 위해 과일과 스콘이 간식으로 준비되어 있었다. 이것을 또 미리 준비해주시는 정성도 항상 이곳에서 내가 대접 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어 감사의 마음이 다시 올라왔다.
1부 행사는 올해 모임을 정말 의미있게 확대하신 이은주 선생님의 연극이야기가 있었고, 한영호 선생님의 섹스폰 연주도 지난해보다 더 부드러워졌다. 이번 모임을 위해 서로 짧은 글을 모아 문집도 한권 받았다. 내년엔 내가 곰사람 모임의 문집 표지에 응모해 봐야지 생각했다.
2부 낭독극 순서 되었고, 특히 낭독극에 참여한 느낌은 매우 새롭고 흥미로웠다. 사람들이 연극을 좋아하는 것은 보는 것도 있겠지만 아마도 직접 해보면 그 맛이 더 할 것 이란 걸 단번에 알 수있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나는 외서댁 역을 짧게 연기했다. 외서댁이 의식화를 거쳐 전사가 되어 산에서 죽는다. 지난번 연습할 때도 생각했지만 반공을 국가의 중요한 방향으로 생각하는 우리나라에서 산에서 공산당원으로 죽어간 그들이 진짜 원하던 세상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삶이었다. 자신을 드러내어 말하고, 나의 노동과 노력이 우리 사회에서 인정받고 인간으로 살기 위한 목숨의 댓가였다. 그것은 동학 농민 운동에서 동학혁명에 나섰던 사람들의 죽음과 다르지 않다. 이 번 낭독극은 그 비장미가 넘치는 극을 같이 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3부 기체조와 함께 이번에 참여한 모든 분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나도 참여 소감을 같이 나눴다. 행복했다는 말과 글쓰기를 통해 위로 받고 있고, 부족하지만 더불어 노력하는 삶에 대해 고민하고 노력하려고 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 행복감이 머무는 서울의 다른 편에서 대통령 탄핵안 투표가 여의도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책을 읽으며 사유를 할 수록 사회의 모순에 대해 정면에서 바라보게 된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같이했던 분들이 여의도로 출발했다. 몸에 대상포진이 아직은 자리를 잡고 있어서 집으로 돌아오며 여러 생각이 들었다. 국민만 바라본다는 국회의원의 거짓말이 실현되었다. 부결된 탄핵안 소식이 이어졌다. 혼란스러운 소식이었다. 몸의 균형이 흔들린 것처럼 마음도 심란하다. 사는 것은 만만하지 않다. 그런 걸 감내하며 사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