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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끌린다

<누군가 나에 대해 말할 때> 이소설 추천이요

김경욱 소설집 / 문학과지성사

최근에 주목 받았던 사회적 문제를 소재로 소설이 만들어졌다. 각 단편소설은 지루하지 않다. 그러면서 재밌다. 각각의 등장 인물의 심리는 불안하고 위태롭기도 하고, 주체적인 삶에서 빗겨간 느낌들을 갖는다. 그러나 그들도 존중받아야할 누군가들이다. 

 

<누군가 나에 대해 말할 때>는 소극적인 성격의 김중근은 부모의 그늘에서 주체적이지 못한 삶을 사는 외톨이 청년이다. 친구가 등장하지도 않으며 특별히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갖지 못한다. 그 소심함의 근거는 아마도 부모와의 관계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타인에게서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될 때의 불편함과 자신이 침해당하는 듯한 마음은 대상이 부모일지라도 자신의 몸을 죄어오는 듯하다. 소극적이고 약한 그에게 삶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부모가 죽어 자신 혼자 살아가야 할 김중근의 불안한 마음은 소설의 마지막에 주차된 차를 빼주러 왔다가 네비가 찍은 대로 운전하며 보금자라와 멀어지는 대목에서 더 깊이 느껴진다.

 

 <그분이 오신다>는 소설가가 소설이 써지지 않아 고생을 한다. 자신의 글쓰기 수강생에게 글이 써지지 않을 때 이사를 한다며 거짓말을 했던 그가 흉한 소문이 있는 집으로 이사를 하면서 글쓰기의 영감을 받으려고 애쓰는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능력이 소진되었거나 사라져 버릴까봐 불안해 하는 사람들, 사회에서 자신이 쓸모없는 사람이 될것 같은 불안을 보여준다. 흉가에서라도 영감을 받고 싶은 그가 노트북을 펼치고 그 집에 들어 앉아 어떤 기운을 얻고자 한다.  획기적인 일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쓰는 방법이 사실은 효과가 없을 지라도 믿고 싶고 매달리게 되는 상황이 그려진다.

 

<타인의 삶>에서는 줄자를 목에 메고 한치의 빈틈없이 옷을 짓던 양복쟁이 아버지가 임종을 앞두고 보여주는 행동과 마지막 애매한 말로 인해 자신의 근원과 자신이 추구했던 인간형이 부모와 분리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형인지 아닌지 모를 어릴적 같이 지냈던 누군가를 기억해내며 호기심을 자극한다. 결국 현재 자신의 모습은 부모로부터 기원하며 자신이 부모에게서 벗어나고 싶었던 마음을 자신이 아닌 형으로 의심되는 그 사람에게서 발견했던 기억을 통해 스스로 주체적인 모습을 추구하는 우리의 마음과 그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굴레는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튜브> 혼자 배로 여행하던 남자에게 자신의 아들의 튜브를 찾아가라는 승무원의 방송으로 시작되어 혼자온 여행에서 아들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가는 묘한 미스터리 소설의 느낌을 가지고 접근하는 이야기다. 사람들은 집에서 공부하고 있을 남자의 아들에 대해 말한다. 왜 남자는 같이 왔다는 아들에 대해 모르는 것일까... 호기심을 자아내며 그가 가진 아픔을 끄집어 낸다. 

 

<하늘의 융단>과 <가브리엘의 속삭임>은 성추행의 가해자와 피해자에 대한 이야기다. 그러나 이 주제는 민감함 만큼이나 그 주체들의 행위를 어떻게 해결해주어야 할지 고민되는 지점으로 이끈다.

 

<이것은 내가 쓴 소설이 아니다> 는 소설 형식에 있어 이런 아이디어도 멋지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독특한 방식이었다. 자신의 소설을 주제로 다시 소설이 쓰이다니... 

 

이 재능넘치는 작가를 만나게 된 것이 즐거웠다. 소설의 내용과 주인공들은 나의 마음속처럼 위태로운 등장인물이 많다. 내가 마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듯한 혹은 나의 알 수 없는 불안이 소설에서 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