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엣 원스, 2021. 미국>
감독: 다니엘 콴, 다니엘 쉐이너트
주연: 양자경, 스테파니 수, 키 호이콴
(별점: ★★★★☆(4/5) )
선택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선택에 대한 나의 태도는 아니었을까
기회비용이란 경제 용어가 있다. 선택 때문에 포기한 것을 화폐의 가치처럼 계산한 것이다. 합리적 선택이란 자신의 선택이 기회비용보다 가치가 더 커야 한다. 그러나 놓친 물고기가 더 커 보이고, 남의 떡이 더 맛있어 보이는 것은 선택이 옳지 않아서만은 아니다.
부모님의 기대를 어기고 선택한 에이먼드와의 결혼과 미국에 정착한 삶은 자신이 운영하는 빨래방의 세탁기 드럼처럼 빙글빙글 제자리를 돌며 혼란스럽고 머리를 지끈거리게 만든다. 세무 신고를 위해 수많은 영수증과 씨름하며, 빨래방 손님들의 요청에 응해야 하고, 여자를 사귀는 딸과 실랑이를 벌이는 에블린은 딸이 자신처럼 후회하는 삶을 살게 될까 전전긍긍한다. 그러나 딸 조이와의 관계는 세무서 직원과의 관계처럼 어렵기만 하다. 어디라도 도망치고 싶었을 에블린에게 알파 버스에서 온 에이먼드가 멀티버스를 구하기 위해 찾아온다.
모든 우주의 다양한 가능성을 경험했지만 남는 것이 허무뿐이라면...
멀티버스가 알파 버스의 최고 악당 조부 투바키(조이)가 만든 위험한 베이글로 인해 위험에 처했다. 다중우주를 점핑하여 수많은 경험과 능력을 소유한 그녀는 에블린과 함께 검은 베이글 속으로 들어가자신을 스스로 파괴하려고 한다. 조부 투바키의 베이글은 혼란스러운 세상에 대한 허무의 깨달음이었다. 자신의 존재 이유에 대한 희망을 걸었던 다중우주는 ‘그저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가 무작위적으로 배열된 것에 불과한 것’이었을 뿐이며 각각의 자신은 ‘다른 가능성의 세계에서 그저 모래 알갱이’에 불과하다. 그런 허무함은 존재가 무생물이 되더라도 변하지 않았고 자신과 에블린과의 관계는 영속되어 있으며, 수 없이 다투고 있었다. 그러한 우주를 벗어날 방법은 없으니 스스로 파괴해 버리기로 한 것이다. 멀티버스 속으로 뛰어든 에블린도 다중우주를 체험하면서 그 사실을 알게 된다. 다양한 차원의 세계에서 선택한 삶도 완벽한 행복한 삶은 아니었다. 아버지는 에블린의 문제를 ‘항상 시작한 일을 끝맺지도 않고 도망만 쳤어.’라고 말하고 이것은 알파버스에서 온 에이먼드의 말속에도 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 ‘모든 순간마다 당신은 인생의 뭔가를 이룰 타이밍을 놓쳤을까 두려워하고 있지. 모든 거절, 당신이 느낀 모든 좌절이 당신을 여기로 이끌었어.’ 그 좌절은 에블린이 직면한 문제를 회피하고 자신의 선택에 대해 회의를 거듭하면서 빙글빙글 같은 일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알파버스의 조부 투바키(조이)가 점핑을 통해 에블린과의 관계가 지속되고 있으며 그로 인해 느꼈던 좌절의 감정이다.
화해; 찰나에 불과한 한 순간일 지라도 그것을 소중하게 여길께
모든 것은 모든 장소에서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이다. 그래서 에블린도 다중 차원의 모든 힘겨운 삶을 포기해버리고 싶은 충동(검은 베이글 속으로 들어가 소멸시키는 것)을 느끼지만 이제까지 반복되어 혼란에도 삶을 지탱해온 것은 일상의 소소한 행복한 순간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조이와 멀티버스를 구하기 위해 이 우주에서의 두 사람 관계를 회복하려고 한다. 파괴의 검은 베이글 속으로 들어간 조이를 향해 ‘나는 너의 엄마야’라는 말로 비록 이 세상이 찰나의 한순간에 불과한 관계의 엄마였더라도 그것을 소중하게 여길 것이라는 고백과 함께 ‘한 번만 우리에게 시간을 줘봐.’라는 진심을 담은 사과의 말을 통해 딸 조이와 화해한다. 화해의 핵심은 바로 상대에 대한 따뜻한 존중과 이해였다.
이 영화는 형식상으로는 코미디와 판타지 영화이지만 내용상 인간관계, 소통과 수용에 대한 주제를 담은영화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선택을 인정하고 상대를 따뜻하게 존중하려는 태도.’에 대한 우리의 성찰을 말한다. 다차원의 세계는 서로 이어져 있고 자신과 상대는 모든 것과 어디에나 존재한다. 현재의 문제를 풀지 못한다면 다른 선택도 완전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힘겨운 일들을 포기하고 외면하는 것으로는 자신의 존재감과 행복은 어디에서도 가질 수 없다는 결론을 유쾌하게 보여주었다.
영화의 평을 쓰다 보니 결국은 나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느낌이다. 에블린이 경험하는 삶의 혼란스러움을 직간접적으로 느끼고 있다. 세대가 달라져서 혹은 나와 정치적 성향이 달라서 혹은 취향이 달라서 상대를 인정하는 태도가 부족했던 것 같다. 어쩌면 최근의 세상이 서로 그런 벽을 느끼는 듯하다. 그래서 나에게 건네는 중요한 충고처럼 느껴졌다.
2023.2.5.영화 모임을 다녀오고 나서 ..
* 왜 버스 점핑은 엉뚱하고 확률적으로 일어날 수없는 일이지?
- 지금 벌어질 일과 전혀 연관이 없을 법한 다중우주는 지금 일어날 확률이 가장 적인 어뚱한 일이 일어나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 구글아이는 어떤 의미였을까?
- 베이글과 대척점에 있는 원을 상징하는 것, 심각하지만 결국은 허무한 것이 아니라 가밪지만 결국의 그것으로 인해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하고 즐거웠던 일들에 대한 관점의 전환은 아니었을까...
* 심각한 갈등의 해결은 어떤 사건이었을까?
- 에이먼드의 말 '다정해지자(친절해지자) Be kind ' 가 아닐까. 사람이 세상과 싸우는 방식이 꼭 강한 힘으로만 가능한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미소, 친절함, 배려 등등 친절함으로 에이먼드는 싸우고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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