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에 성당에 나가 미사를 보지 않은 지 한참되었다. 마음 한켠에 무직하게 자리한 그 신경쓰임에 대한 어떤 반응이었는 지 구역장에게서 토요일 성당 청소를 같이 하자는 메시지를 받았다. 할 일이 많은 이때 잠시 망설였지만 신에 대한 의무를 저버린 것에 대해 피할 수 없는 죄책감이 들었다. 하느님이 '사랑' 그 자체임을 알면서도 세상의 이치로 주고 받음에 대해 판단하고 있다. 불성실했던 나의 신앙 생활에 대한 면피를 위해 성당 청소에 나갔다.
역시나 나이가 지극하신 분들만이 청소에 참여한다. 젊은 사람들은 따로 청소를 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50대 60대 70대 분들 여덟이 모여 성전을 쓸고 닦았다. 구석구석 먼지를 털고 깨끗한 자리를 다시 닦으면서도 자신의 죄를 용서해 주실 것을 마음을 담아 기도하며 청소를 했다. 내가 그랬으니까. 지난 부활절에 성사를 보지 않아서 나는 공식적으로는 냉담자가 되어 있다. 교무금을 사무실에 내고 현세의 원리로 교인의 의무를 했다고 하지만 마음이 개운하지 않다.
하느님은 오늘도 우리 안에 계실까? 슬픔과 허무와 욕망 등 그 많은 것들을 살펴주실까? 진짜 필요한 것은 내가 신의 뜻에 따라 사는 것이라고 한다. 나는 아직도 하느님의 뜻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다행이다. 안다고 까불거리면 내멋대로 할 것 같기 때문이다. 모르니 하라는 대로 하다. 청소해라, 네 죄를 고백하고 기도해라 등등. 청소하고 기도하고 성당에 성실하게 다지니 못한 죄를 고백하고.. 하지만 세상에 지은 죄는 더 많을 것이다. 나만 생각하며 지냈던 모든 순간이 그럴 것이다.
가을 성당청소를 마치고 교무금을 내고서야 아주 조금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리고 다시 기도했다. 나의 기족을 위해 나를 위해 가을이 깊어지면서 마음이 자꾸만 심란해지는 것이 조금 가벼워지를 바라면서 가을 낙엽이 빗 속에 다 떨어지기 전에 더 감사하는 마음을 먹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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