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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끌린다

영화 1917 리뷰<전쟁 영화 중 수작-적극 추천합니다.>

감독 : 셈 멘데스

주연 : 조지 메케이, 딘 찰스 채프먼

77회 골든 글러브 작품상, 감독상 / 92회 아카데미 촬영상 포함(3관왕)

 

 

1차 세계 대전의 광기로 전운에 휩싸인 1917년 전 유럽을 휘감은 전쟁의 포학함은 각 국의 젊은 군인들을 전쟁터로 내몰았다. 프랑스 동부의 독일 접경의 베르됭은 풀밭과 목가적인 풍경의 조용한 평원이었지만 전쟁으로 인간 스스로 만든 지옥으로 변한다. 연합군과 독일군의 참호를 사이에 두고 치열한 전투를 벌이던 서부 전선은 폭격으로 만들어진 수많은 진흙 웅덩이와 철조망으로 뒤덮인 지옥이었다. 수십만의 군인과 죽은 말들의 시체가 웅덩이와 철조망 사이에서 썩어가는 죽음의 전선이었다. 한 치의 땅을 두고 공격과 반격을 반복한 결과 시체로 뒤섞인 웅덩이와 참호에서 전사한 군인, 시체를 파먹는 쥐와 까마귀, 파리들이 들끓는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어디에서 적의 총탄이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지 알 수 없는 전선을 뚫고 독일군이 만들어 놓은 함정으로 아군이 들어가지 않도록 명령을 전할 두 병사가 이곳을 통과해야 임무가 주어진다.

 

프랑스의 베르됭 전선에서 이미 수많은 병력을 손실하고 패색이 짙어가는 독일은 연합군의 통신망을 끊고 방어선을 후퇴하여 연합군의 공격을 유도하기 위한 함정 작전을 펼친다. 이 작전을 알려야 하는 후방의 연합군은 선재 공격을 위해 최전선에 투입된 제 2대대의 매캔지 중령에게 공격 중지 명령서 전달을 목적으로 블레이크와 스코필드는 전선에 투입된다. 하루사이 명령서가 전달되어야 하는 상황 두 명의 병사는 지옥을 통과해 간다. 참호 사이의 전선의 어디에나 시체가 썩어가고 있다. 이미 적이 철수한 독일군의 참호는 연합군의 그것보다 견고했고 자신들의 철수를 알아채고 달려들 연합군을 저지하기 위해 설치해 둔 부비트랩의 폭발로 두 사람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블레이크의 도움으로 스코필드는 목숨을 구하지만 들판의 농가에서 독일군 비행기 조종사를 돕다가 오히려 블레이크는 목숨을 잃게 된다. 결국 혼자 남게 된 스코필드는 죽은 동료의 죽음을 헛되지 않도록 다시 들판을 달려 적진으로 향한다. 독일군이 후퇴한 어느 곳이나 폐허가 되었고 잔류한 독일군의 총알이 그의 몸을 관통시키기 위해 기회를 노리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전쟁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위험을 전하며 멈추길 바라기도 하지만 아군 1600명의 목숨이 달린 명령을 전하는 임무를 위해 위험 속으로 달린다. 그곳에서 만난 독일군의 총알을 피하기 위해 그는 공포 속에서도 달리기를 멈추지 않는다. 독일군과 맞닥드려 싸우다가 총까지 잃어버린 스코필드는 총알을 피해 달리기를 멈추지 않는다. 결국 강물로 뛰어들어 위기를 벗어나고 마침내 제 2대대에 도착한다. 그러나 아군의 공격이 임박한 상황, 자신이 임무가 완성되지 못하면 눈앞에서 군사들이 사지로 달려들게 된다. 그는 명령서 전달하고 공격중지가 시행된다. 마지막으로 친구인 블레이크의 형을 만나 친구의 죽음을 전하며 전쟁에서 죽어간 친구의 죽음이 헛되고 쓸쓸하지 않았음을 전한다.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의 찬사가 끊이지 않는다. 나 역시 근래 본 전쟁 영화 중 수작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그 이유를 세 가지로 나누어 보았다.

첫 번째는 많은 사람들이 칭찬을 아끼지 않는 촬영기법이다. 영화의 마지막 자막이 내려올 때쯤 많은 사람들이 명령서를 전달하기 위해 전장을 누빈 주인공이 된 것처럼 피곤함이 몰려왔다.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배우들과 호흡이 관객이 같이 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그 몰입감과 긴장감은 롱테이크기법으로 촬영되어 느껴지는 것이었다. 찾아보니 여러 장면을 나누어 찍었지만 마치 한 번에 찍은 것처럼 연결되어 카메라가 쉬지 않고 배우들의 앞과 뒤, 옆에서 밀착하여 그들의 눈높이로 영화가 진행되는 시종일관 따라다닌다. 덕분에 철조망을 같이 건너고 웅덩이에 같이 빠지게 되고, 들판에서 같이 뛰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영화의 자막이 내려올 즘에는 숨막히는 전쟁터에서 도착한 피로감에 싸일 만큼 이 몰려왔다.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긴장을 풀 수 없었던 이유도 이 촬영기법에 따라 몰입했던 영향이었다.

 



두 번째는 전투 속에서 느끼는 심리적 공포감의 표현이다. 영화는 다른 영화에서처럼 스케일이 큰 전투 장면이 많지는 않다. 그러나 참호 사이의 전선에서 죽은 말과 사람이 모두 썩어가고 그 시체들 속에 자신도 모르게 손을 짚고 보면 시체의 내장에 손이 들어가 있기도 한다.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저격수를 쫓아 문을 열어젖히고 서로 사격하는 장면에서 삶과 죽음이 나뉘는 순간의 공포와 잠시 기절한 스코필드가 깨어나 조명탄이 떨어지는 불타는 도시에서 다가오는 사람이 적인지 아군인지 구분할 수 없다가 총을 쏘며 달려오자 도망치는 절박한 순간, 본능적으로 도망치는 과정에서 독일군과 마주쳐 서로 뒤엉켜 싸우며 순간의 행동으로 죽음과 삶이 비켜가는 순간이 뒤범벅된다. 강물에 뛰어 들어 죽음에서 벗어나 겨우 목숨을 구하지만 시체 사이를 헤엄쳐 강안에 도착하는 사이의 그의 절망이 느껴졌다. 이를 극대화하기 위한 영화 음악은 긴장감을 이끌며 절묘하게 공포 속으로 밀어 넣었다.

 

세 번째는 이 전쟁과 무관해 보이는 봄의 유럽 들판의 풍경이다. 전선의 죽음들과 너무나 생경한 들꽃들이 하늘거리는 평온한 들판은 너무나 이질적이다. 후퇴한 독일군이 모두 베어버린 오두막의 체리 꽃들이 흩어지는 장면은 아름다웠다. 그러나 모두 베어진 꽃나무를 통해 전쟁의 비극은 나무들처럼 아름다움을 모두 죽음으로 내몰았다. 강물을 따라 떠내려갈 때 강변의 체리나무들로부터 흩날리는 꽃잎들은 그 강의 떠내려가는 시체들과 무관해 보이는 자연의 평온함과 대조적이기도 하지만 꽃잎처럼 죽어 흩어진 젊은이들의 청춘과 같은 것 같기도 하다. 너무나 비극적인 곳에서 아름다움의 대비가 인상적이었다. 스코필드가 도착한 숲에서 들려오는 청아한 노래 소리는 아름답지만 곧 명령을 받고 사지로 달려가야 할 군인들과 대비가 되었다.

 

이 영화의 메시지는 인간 스스로 만들어낸 전쟁의 참혹함과 공포에 대한 고발과 그 전장 속에서 전쟁을 처러 낸 군인들의 소망을 말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스코필드가 자신이 깊이 간직했던 어머니와 가족사진을 보여 주는 마지막 장면이 전하고 있다. 사진의 뒷면에 가족이 적어준 반드시 돌아와라는 메시지다. 모두 자신의 가족에게로 돌아가 평화를 이루기를 기원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