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를 통해 이해하는 경제 이야기
명화 경제 토크 (이목옥, 정갑영 시공아트)
한때 비트코인의 광풍이 일었을 때 많은 사람들은 17세기 네덜란드에 불었던 튤립 투기를 연상했다. 아름다운 튤립은 정원을 장식하는 이국적인 꽃이 아니라 투기를 통해 엄청난 부를 거머쥐기 위한 하나의 투기 아이템이었다. 튤립의 기대 수익에 눈이 멀어 알뿌리를 선점하기 위해 자신의 자본을 다 털어 넣거나 빚을 진 많은 투기꾼들은 튤립의 거품이 꺼지자 대부분 파산하였고 그 후유증으로 자살자가 속출하기도 했다. 그 이후로도 이러한 투기 열풍은 다수의 희생으로 소수만이 이익을 챙기는 결과를 가져오며 여러 차례 다른 거품의 형태로 반복되고 있다.
< 튤립 광풍에 알뿌리가 엄청난 몸값을 자랑하던 셈페르 아우구스투스 >
* 17세기 네덜란드는 황금시대를 맞이한다. 이전의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무찌른 영국과 연합국은 전세계를 누비며 무역을 통해 부를 축적하고 네덜란드 부유층 사이에 원예가꾸기가 유행하면서 희귀한 꽃들이 인기를 끈다. 특히 값비싼 상품은 희귀하고 아름다운 꽃으로 튤립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불꽃 무늬를 갖는 변종이 생기는데 이 꽃의 인기가 실로 어마어마 했다.
< 튤립 광풍을 풍자한 그림 >
‘명화 경제 토크(이명옥, 정갑영, 시공아트, 2007)’는 명화를 통해 작품의 소재나 주제와 관련된 시대적 배경을 읽어내어 명화 속에 담겨진 경제적 사건이나 상황을 그림과 연관하여 소개한다. 미술 작품들은 작가의 예술 활동의 결과물이면서 동시에 그림을 주문한 의뢰인의 생각과 의도를 그려낸다. 주문받은 작품 속에는 당시 시대상을 반영하는 메시지가 드러난다. 책은 명화를 경제학자와 미술 전문가가 해석하여 그림에 문외한인 독자에게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를 설명하고 있다. 각 주제는 시대의 걸작에 해당하는 미술작품을 미술 전문가가 소개하고 작품 속에 담고 있는 시장 경제의 원리를 경제학자가 시대 상황과 관련하여 친절하게 설명한다. 미술 작품에 쓰이는 재료부터 사회적 변화까지 그림에는 현실 세계의 경제 상황이 투영되어 나타나는 작품들이 많다.
< 4번째 장 교역의 시대를 증언한 초상화 편의 그림 (한스 홀바인, 게오르크 기체의 초상화 >
* 초상화의 의뢰인은 대부분 예술가를 후원할 수 있는 경제력이 있는 계층이었다. 중세에는 대부분 교회나 왕실, 귀족이 의뢰인이 되어 이들이 예술품을 소비하는 주체였지만, 16세기에 들어서면서 상인들의 역할이 중요해 지고 이들이 경제적인 부를 얻기 시작한다. 그림은 16세기 런던에 거주한 한자 상인이 의뢰하여 그린 그림이다.
책은 ‘황금보다 값비싼 파란색’부터 ‘돈과 행복의 이중주’까지 총 14개의 주제로 나누어 경제적 문제를 명화를 통해 적절하게 설명하고 관련된 용어까지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역사와 경제를 함께 공부하는 데 무척 흥미를 주는 책이며,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림을 해석하는 관장님의 탁월한 설명도 들을 수 있다. 위에서 소개한 튤립의 투기의 열풍도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주제 중 하나다. 화가가 멋진 작품을 만들며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기도 하지만 당시의 시대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그림들은 과거의 사람들의 생각을 예술 작품을 통해 깊이 있는 이해를 돕기도 한다.
자본주의 사회를 사는 오늘날 예술가 역시 우리와 같은 생활인으로 한 사람이며, 예술가도 직업군에 속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많은 예술 작품도 경제적인 순환의 고리 안에서 만들어 진다. 왕실과 귀족, 교회 등의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 할 수밖에 없었던 과거에는 더욱 더 유력가 전유물로 여겨졌다. 물론 예술 작품 중에는 순수하게 작가의 예술혼에 기반하여 창작된 예술품도 많다. 그러나 당대 예술 활동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문제는 후원자 혹은 예술을 소비해 줄 수 있는 대상이 중요하다.
소비 활동을 통해 예술품의 공급될 수밖에 없다. 오늘날 자본주의의 성장으로 대중에게 부가 분배되어 대중 예술이 활기를 띄지만 과거 명화로 구분되는 많은 작품들 속에서 시대를 반영하는 경제적 키워드를 찾고 이해하며 작품을 더 깊이 이해하고 경제적 감각을 기르는 데도 좋은 책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명화 속에서 우리는 당시 사람들의 이해관계와 관심사를 폭넓게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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