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100일 글쓰기 강좌에서 한달간 함께 읽기를 시작한 책입니다. 처음 부분을 읽고 있는데 좀 어렵네요. 조금씩 읽은 만큼만 올리면서 이 책을 꼼꼼히 들여다 보려고 합니다. 제가 아직 사람이 모자라서 책을 다 이해하고 책의 가르침이나 느낌을 생활 태도로 내재화 할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책을 읽는 다는 것은 책을 통해 배우는 것이고 배우는 것은 저를 변화시킬 것으로 믿습니다. 한 주제씩 천천히 읽고 생각나는 대로 기록하고 생각을 가다듬어 가겠습니다.
담론(談論) 3. 방랑하는 예술가, 생명 (p38~p56)
초사에 대한 이야기다. 초나라는 중국 장강(長江) 지역의 남쪽을 이야기 한다. 물이 풍부하고 기온이 높으며 물산이 풍부한 중국남부는 북부지역에 비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정치적으로는 북부에 항상 기득권을 빼앗기는 패배의 땅이기도 하다. 이 두 지역의 시는 대비된다.
북부의 ‘시경’의 시(4언체, 행진곡과 같은 리듬감과 당대의 삶의 아픔이 묻어나는 집단 창작인 유행가 모음집이며)는 사실성과 진정성이 있는 글이라면, 남부의 ‘초사’(6언체로 비교적 느리며 춤의 리듬과 같은 여유로움, 개인적인 작품으로 지식인의 관념적 정서를 품고 있는)는 낭만과 창조성의 글이다. 당대 지식인들이 꿈꾸던 글은 이상과 현실에 대한 글이다.
초나라 사람 굴원의 시를 소개하였다. 남방 문학의 낭만성과 창조성을 담은 이 시는 굴원과 어부의 대화체 형식의 시로 굴원이 처한 상황과 그의 사람됨을 읽을 수 있다.
滄浪之水淸兮 可以濯吾纓(창랑의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고)
滄浪之水濁兮 可以濯吾足(창랑의 물이 더러우면 발을 씻는다)
굴원은 도도하며 비타협적인 원칙론자이다. 세상에 모두 술에 취해 있어 세상과 타협할 때 그는 홀로 깨어 물든 세상을 비판하던 사람으로 시를 통해 현실과 타협하지 않으면서 현실의 변화에 지혜롭게 대응하는 그의 반성이라고 한다.
현실과 이상은 반드시 함께 있습니다. 그래서 ‘이상’은 ‘현실의 존재 형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실은 우리의 인식 속에서 끊임없이 이상화되고 반대로 이상은 끊임없이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p43)
대상화, 타자화 하게 되면 이미 우리의 세계가 아닌 것이 됩니다. 주체와 분절된 대상이 존재 할 수 없고 대상과 분절된 주체가 있을 수 없습니다. 대상화, 타자화는 관념적으로만 가능하고 실험실에서만 가능할 뿐 현실의 삶 속에서는 있을 수 없습니다. (p43)
이론과 실천은 함께 가는 것입니다. 자와 우도 다르지 않습니다. 현실을 바꾸어 가는 것이 역사의 기본인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주어진 조건 속에서 크게 억압을 느끼지 않고 나름대로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러한 조건을 바꾸려는 생각이 없습니다. 주어진 조건이 그들의 기득권을 보장해 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주어진 조건과 체제가 억압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변화시키려고 합니다. 문제는 이처럼 이상과 현실이 각각 다른 사회적 집단에 의해서 담보되기 때문에 이상과 현실은 서로 충돌하고 다투는 형식이 됩니다. (p44)
우리의 삶에는 기존의 상황을 합리화하는 지위보다는 신랄한 자기비판이 더 필요합니다. 냉정한 자기비판은 일견 비정한 듯하지만 자기를 새롭게 재구성함으로써 서바이벌의 가능성을 훨씬 더 높여줍니다. 물론 자위와 자기비판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함은 물론입니다. (p48)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그와의 대화가 기쁜 것이어야 합니다. 자신의 지식과 도덕성이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어서는 인간관계에서 실패하기 마련입니다. 귀곡자는 언어를 좋은 그릇에 담아서 상대방에게 기분 나쁘지 않게 전달하는 것, 그 것을 성誠이라고 했습니다. (p55)
담론의 세 번째 초사에 대한 내용과 방랑하는 예술가는 어려운 의미가 많았다. 글의 내용의 핵심은 현실과 이상의 관계를 말하고 있다. 현실과 이상은 반드시 함께 있으며, ‘이상’은 현실을 현실은 이상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 이와 마찬가지로 이상과 현실의 지혜로운 조화가 필요하다. 초사의 땅 중국 남부는 북부와의 정치적 경쟁에서 항상 패배하는 곳이었지만 낭만과 창조의 땅이다. 주관적이며 비논리적이고 분명한 목표를 지향하지 않는다. 또한 자유롭다. 추상력은 복잡한 것을 단순화 하는 것이라면, 상상력은 작은 것, 사소한 문제 속에 담겨진 엄청난 의미를 읽어내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도 추상력과 상상력은 나란히 키워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 발췌가 마음에 남는다. 나의 도덕성과 지식이 타인을 불편하게 만드는 직언이 꼭 좋은 것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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