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철학, 모두 언어로 표현된 심오한 사색의 결정체이다. 이 둘이 뗄수 없는 관계임을 강신주는 독자에게 자신의 풍부한 철학적 기반위에서 설명하고 있다. 사실 시를 감상하는 독자로써 '시가 이렇다'라고 해석해주는 평논에 대해 딱히 고맙지는 않았다. 아무리 철학적으로 깊은 사유를 통해 씌여진 시라도 읽는 독자의 마음에서 사랑에 대한 절절한 시라면 그것으로 족한 것은 아닐까, 행여 시를 앞뒤없이 해석하여 자신의 것으로 받아 들이더라도 시는 본래 그런게 아닌가? 라는 생각을 종종했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시들은 쉽게 읽히는 시들은 아니었다. 물론 시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런 식으로 내 얇은 지식을 털어 놓으면 무식하기 이를 데 없다는 말 밖에 들을 수 없겠지만 나로서는 최승호, 백석, 신동엽, 한용운 정도만 그나마 시인의 이름으로 알고 있고 그들의 대표작 이외의 시는 잘 모른다. TV에서 소개까지 해준 백석의 시 '나와 나타샤와 당나귀'정도가 그가 소개한 책 속에서 알수 있는 시였다. 즉 그는 시인들의 정수를 보여주는 시 중에서 심오한 그들의 철학과 사색이 묻어난 시를 소개해 주었다.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강신주의 글은 너무나 잘 읽혔고 현대 사회의 여러 단상과 혹은 시인들이 철저하게 살아낸 그 시대의 정신을 시가 왜, 어떻게, 누구에게 표현하고 있는지를 매끄럽게 소개해 주었다. 책 속시들의 진정성이나 배경을 몰라서 시를 읽으면서 감흥과 감동이 없었다면 그의 해석을 통해 시인의 생각과 사색의 깊이를 이해하게 되었고 그 의미에 공감했다고 본다.
이책' 철학적 시 읽기의 괴로움'을 통해 알게 된 것은 내가 시를 왜 어려워 하는 지 알수 있었다. 시를 그냥 피상적으로 이해하며 읽는 것을 감상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즉 앞에서 말한대로 느껴지는 대로만 받아드리려고 하면 그 시에서 느껴지지 않는 것들에 대한 함축을 내가 접근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결국 시도 아는 만큼 읽히고 느껴지는 것이란 사실이다. 또한 책 속에서 말하는 것은 시인이란 인간의 자유로운 사색과 영혼에 대해 자신 만의 언어로 진정한 자유, 저항과 인간 스스로에 대한 반성, 삶의 여러 단상을 표현하고 있고 이것이 인문학이라고 말하고 있다. 시를 독자의 입장에서 그냥 읽고 해석하는 것도 좋겠지만 시을 이해하고 감상하는 것도 시를 단편적으로 이해하는 것 이상이란 사실을 책은 잘 말해줬다. 이책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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