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잡동사니

아빠께 올립니다.

아빠가 안녕하세요.

저는 참으로 편안하게 지내고 있고 가끔 아빠가 생각납니다.

아빠가 하늘나라에 가신지 15년 쯤 된 것 같아요. 어쩌면 더 시간이 지난지도 모르는 데 그것까지 세고 싶지는 않네요.

커야 부모를 이해하는 마음이 조금이라고 생기는 지 아빠가 그립기도 합니다.

어릴 적 생각이 가끔 나면 코끝이 찡하게 울리며 눈가가 발개 집니다.

예전에 '연을 쫓는 아이'란 소설을 읽었는데 그때 아빠 생각이 났습니다.

겨울에 지금처럼 매섭게 추울 때 논과 밭이 얼어서 일이 없는 농한기에 방에서 동생들과 방패연을 만들어 주신던 그날이 기억나더군요.

아빠는 참 자상하시면서도 좀 무서웠습니다. 아니 어느 순간부터는 무서운 분은 아니셨지요.

국민학교 들어가지 전 겨울에 누런 빛 대학노트에 연필을 무쇠칼로 깍아 주시며 글을 가르쳐주신던 일을 기억합니다.

어린 나에게도 시골의 허름한 집과 없는 게 너무 많았던 우리 살림을 원망했는데 아빠는 어떼을 까요?

넷이나 되는 고만고만한 지식들과 한없이 일해도 그날이 그날같은 힘든 삶을 꿋꿋이 생활하시던 아빠를 존경합니다.

부족하나마 아빠와 엄마를 보면서 두더지 처럼 흙을 파고 매일 밤 늦도록 일하는 거친 손으로 내미는 돈으로 공부한 것이 그나마 저의 양심이 되고 저의 인격이 되었으리라 믿습니다.

아빠 더 열심히 노력하며 살겠습니다.

엄마 더 생각하며 외롭지 않게 더 신경쓰며 살께요.

아빠가 그렇게 먼저 가셔서 저는 몹시 서운합니다.

뭘 못해드러서가 아니고 그냥 서운하고 뵙고 싶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나도 내 아이들에게 더 좋은 길잡이 되는 사람이 되도록 할께요.

그곳에도 건강이란게 있는지 모르지만 더 평안 하시길 ... 그리고 저희 4남매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남 아프지 않게 행동하며 살고 있습니다. 끝까지 격려해주시고 용기 주세요.

아빠 사랑합니다. 2011년 1월 어느 새벽에 큰딸 진숙이 올림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