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학교를 잠깐 비우고 연수를 했던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인간관계였다. 특히 직장에서 같이 일을 하는 동료와의 갈등이 너무나 치명적이었다. 지금은 나의 잘못일 거야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지금도 그녀와의 작업은 돈을 주어도 싫다. 사람 관계가 왜 어려운지 알게 되었고 다시 부딪히고 싶지 않다.
시작은 미미한 것이었를 거라고 믿는다. 하지만 서로의 민감함이 서로를 싫어함으로 발전하고 결국은 미운 마음으로 감정까지 생채기를 내고야 말았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고 나는 좀 나아졌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결코 그렇지는 않다.
초록의 녹음이 가을이 되면 울긋불긋 형형색색의 단풍으로 자신의 색을 드러낸다. 그것을 보면서 사실을 깨달았다. 사람의 본질은 숨길 수 없다는 것을. 그래서 자신의 색을 들키고자 만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된 것이다.
남한테 맞추는 것도 어느 정도의 에너지와 기타 등등의 힘이 있어야 한다. 그 힘이 소진되면 타인에게 맞춰진 삶을 살기가 어렵다. 왜 직장에서 상사와 연배 차이가 나는 직원들이 서로 어울리기 어려운지 알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말을 줄이고 자신의 생각을 무디게 만들어야 되는지 깨달았다. 바로 그런 연유였다. 오랫동안 윗사람들에게 맞춰주려고 노력했던 젊은 날과 같은 힘과 용기가 없어진 중년의 나에게 보직이 맡겨졌고 나는 동료로서 주어진 사람들과 협업이 불가피하다.
업무는 서로에게 부탁이 이어지는 관계가 되었다. 명령과 같은 지시는 없다. 말도 조심스럽고 생각도 조심스럽다. 뭐든지 민감한 세대. 그들을 탓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에게 솔직하라. 자신의 생각을 말하라. 행동하라고 가르친 것이 나이다. 전근대적 사고방식이 몸에 깊이 배어 있었던 것이다. 곱씹으며 무엇이 잘못되었을지 생각을 거듭해보니 결론에 닿았다. 나의 잘못이 80은 되리라. 그럼에도 불끈 얼굴이 달아오는 것은 아직도 싫은 그 태도였으리라.
함께 일한다는 것은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 나는 성장하고 있는가, 나는 동료로서 얼마나 많이 부족한가, 예민한 동료와 어떻게 지내야 되는가. 답은 쉽지 않다. 그래도 함께 일하고 함께 성장한다는 단어를 다시 쓰기로 했다. 단풍처럼 내 색이 도드라지지만 그것으로 서로 어울려 아름다워지는 가을 빛이 되도록 내 안에서도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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