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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부모님은 안녕하신가요?

2021년 코로나19로 어수선하던 때를 잘 넘어온 우리 가족이 2022년에도 건강하기를 바랐는데, 연초부터 친정 엄마와 시어머님이 같이 몸이 좋지 않으시다. 두 분은 1살 차이나 나시는 거의 동년배가 된다. 두 분 모두 어려운 시기를 열심히 사시며 가족을 위해 한평생을 아낌없이 퍼부어 주신 분들이다. 지난 12월 끝자락에 아빠 제사를 모시고 올라올 때까지만 해도 엄마가 많이 아프신 줄 몰랐는데 언제나 엄마를 힘들게  했던 허리가 다시 눌려 앉아 신경을 압박해서 매우 힘드셨던가 보다. 극심한 고통을 참다가 근처에 사는 동생에게 연락을 하셨고 결국 용인에 사는 장남인 큰 동생이 병원을 예약하고 며칠 전 허리 시술을 받으셨다. 그리고 바로 퇴원하셔서 우리 집으로 오시게 되었다.

 

대전에 계시는 시어머니께도 연말에 다녀왔다. 아버님 생신 언저리라서 가서 식사라도 대접해 드릴 생각으로 내려가 간단하나마 아버님과 식사를 하고 그렇게 돌아왔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님의 지병인 혈관 막힘이 또 생겼다. 어머님은 오래전에도 비슷하게 뇌로 이어지는 혈관이 잠시 막혀서 병원에 입원하시기도 했는데 연세가 많아지면서 걱정하던 일이 나타난 것이다. 도시에서 옷을 만드시는 일을 하셨던 어머님은 시골에 사시는 엄마보다 훨씬 세련되고 주변 상황에 대한 판단도 빠르셨던 분이셨는데 몇 년 전부터 급하게 나이를 드시는 모습을 보였다. 걸음걸이가 바뀌고 행동은 과거처럼 민첩하시지 못했다. 눈의 기능도 떨어져서 음식을 하실 때 애를 먹곤 하셨다. 그러던 어머님의 혈관이 다시 문제가 되어 인지 기능과 행동에 문제가 되었다. 갑자기 대소변 실수를 하시게 되었다.

 

작년엔가 영화 미나리를 보기 전에 먼저 안소니홉킨스가 열연한 '더 파더'를 극장에서 친구와 보게 되었다. 침해를 겪는 부모와 돌보는 딸이 겪는 이야기였다. 엔지니어로 명석하고 깔끔했던 아빠가 침해를 앓면서 기억이 뒤섞이고 화를 자주 내며 돌봐주는 간병인들과 마찰을 겪게 되어 마침내 딸은 아버지를 요양원으로 모시게 된다. 한 사람으로서 갖는 존엄이 시작은 나를 정확히 알고 지키는 힘에서 나오게 된다. 그러나 인지 능력이 점점 상실되고 기억이 뒤섞여 내가 나를 제대로 인정하지 못하거나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을 명확히 판단하지 못하면서 나는 나를 주장하기 어려워진다는 점에서 침해를 겪는 환자에게 그것은 불행이었다. 마지막에 옷 입는 것조차 잃어버린 주인공은 딸이 부탁한 요양원에 가게 되고 거기서 자신이 왜 그곳에 와 있는지 알지 못한다. 그리고 불안함으로 눈물을 흘리며 엄마를 찾는다. 우리가 어렸을 적 나를 보호해주던 첫 번째 사람 엄마를 다시 찾으며 나를 잃어가는 과정에 눈물이 났었다.

딸은 경우도 안타까웠다. 아버지를 사랑했고 그 아버지가 노인이 되고 침해로 인해 자신을 잃어가는 혼란스러운 모습을 지켜보며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안타깝고 슬퍼진다. 결국 나도 아버지에서 비롯된 사람이 아닌가. 그 아버지를 요양원에 모시고 자신을 알아보지도 못하는 시간을 맞이하는 딸의 심경도 지금 부모님이 편찮으신 나의 입장과 오버랩 되었다.

 

지금은 부모님이 계시는 것 만으로도 고맙다. 부모님이 안 계시면 결국 우리는 고아가 된다. 나를 비롯하게 하신 분으로부터 분리되는 그 아득함이 감정으로 밀려들며 마음이 아리다. 자식은 나를 보호한다기보다 내가 지켜줘야 할 대상이다. 그래서 짐 되기 싫어하시는 부모님을 이해한다. 연세가 지극하신 부모님을 돌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고마운 사랑을 조금이나마 되갚을 수 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