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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 막아주는 땅 속 세계

http://news.kbs.co.kr/article/world/200709/20070902/1418382.html

홍수 막아주는 땅 속 세계

<앵커 멘트>

자연 재난에 잘 대처하는 나라 하면 일본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본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해마다 여름철에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 피해를 겪어왔는데요. 최근 도쿄와 수도권 외곽 등 상습 침수 지역의 땅속 공간에 대규모 방수로를 만들어 피해를 예방하고 있습니다.

거대한 지하 세계를 연상시키는 일본 수도권의 지하 방수로를 남종혁 특파원이 밀착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수도 도쿄 인근의 사이타마현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일본 국도 16호선. 그 땅속 50미터 아래엔 또 다른 지하 세계가 펼쳐져 있습니다. 설치된 계단 숫자만 300백여 개. 5분 정도를 걸어 내려가야 바닥까지 도달할 수 있습니다. 마치 고대 그리스 신전을 연상하게 하는 이곳은 수압조절용 초대형 수조입니다.

넓이만 축구경기장 2개에 해당하는 공간입니다. 세로 177미터, 가로는 78미터가 넘습니다. 높이 20미터에 이르는 500톤 무게의 콘크리트 기둥 59개는 물의 압력을 낮춰 주는 역할을 합니다.

<인터뷰> 하나이(견학생) : "여기에 온 것은 처음이지만, 매우 넓어서 깜짝 놀랐어요"

바로 옆에는 집중호우 때 지하로 쏟아져 들어오는 빗물을 받아내는 원형 물탱크가 연결돼 있습니다. 깊이 68미터에 지름 30미터, 저수 용량은 2만 7천 톤이나 됩니다. 일본의 수도 외곽엔 폭우를 받아내는 이런 초대형 원형 물탱크가 지하 공간에 5개 만들어져 있습니다. 각각의 물탱크는 지름 10미터가 넘는 거대한 땅속 터널로 이어져 있습니다.

<인터뷰> 노자와(견학생) : "생각했던 것보다 대단히 넓어서 감동을 받았습니다"

지하 세계에 모인 물을 빼내는 역할은 가공할 힘을 가진 가스 터빈이 책임집니다. 비행기 제트엔진으로 만든 가스 터빈입니다. 모두 4개가 이곳에 설치돼 있습니다. 가스터빈 한 개의 힘은 3천5백 마력, 4개 합해 만 4천 마력의 괴력이 나옵니다. 3000cc 승용차 70대의 힘입니다.

<인터뷰> 손만(부소장) : "이것이 주 엔진입니다. 이것은 가스터빈이구요. 이것이 횡적 회전을 종적 회전으로 바꿔주는 역할을 합니다."

집중호우로 인해 수도권 외곽에 있는 중소하천이 범람 위기에 놓이면 먼저 땅속의 초대형 원형 물탱크 쪽으로 빗물을 유도합니다. 지하 세계로 들어온 빗물은 원형 물탱크에 모아져 땅속 50미터 아래에 설치돼 있는 원형 터널을 따라 인근의 최대 하천인 에도강 쪽으로 옮겨집니다.

6.3 킬로미터에 이르는 초대형 배수관을 따라 이동한 빗물은 다시 한곳에 모아져, 수압 조절용 수조에서 물의 압력을 크게 낮춘 뒤, 만 4천 마력의 가스터빈 힘으로 에도강으로 강제 배출됩니다. 배출 능력은 1초에 200톤, 에도강 전체 유량의 절반에 해당합니다.

지하 방수로를 최종 조정하는 곳은 중앙 조작실입니다. 예측과 대비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상주 직원 3명이면 운용이 가능합니다.

<인터뷰> 키토(수도권 외곽 방수로 관리계장) : "강의 수위가 높아지고, 이 시설에 물이 유입될 경우 컴퓨터를 사용해 곧바로 컨트롤해서 물을 안전하게 에도가와로 배출 시킵니다"

일본 정부가 수도권 지하 방수로를 계획한 이유는 기상이변과 도시화로 침수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오쿠보(사이타마현 가스가베시 주민) : "단지 전체가 물속에 고립된 적이 있었어요. 철도역에서 아파트 단지까지 보트로 왕래 했어요"

이미 들어선 시설들로 인해 지상 방수로 건설이 어렵다고 판단한 일본 정부는 지하 방수로를 착안했고, 지난 1996년에 공사를 시작해 2004년부터 일부 가동에 들어갔습니다. 그 결과 지난 2004년 태풍 22호가 왔을 때 193.9밀리미터의 집중호우가 쏟아졌지만 침수 가구 수는 14가구에 그쳤습니다. 지하 방수로가 가동되기 전인 지난 2000년 159.5밀리미터의 비가 왔을 때 236 가구가 침수됐을 때와 비교하면 대조적입니다.

<인터뷰> 엔도(사이타마현 가스가베시 주민) : "지금 전혀 물난리가 없어요. 이 만큼 에도강이 넓어지고 해서 에도강이 넘치는 일은 지금은 없어요"

세계 최대 규모의 지하 방수로는 지난 3월 전체 공사를 마무리했습니다. 우리 돈 2조원 정도가 투입된 이 공사로 이제는 하루 300밀리미터의 집중호우가 쏟아져도 끄떡없게 됐습니다.

<인터뷰> 와타나베(에도강 하천사무소 부소장) : "200년에 한번 있을 정도의 폭우를 산정해 계획된 시설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처리 능력이 큽니다"

초대형 건물들로 가득 찬 일본의 수도 도쿄의 땅속 공간에도 물난리에 대비한 초대형 물탱크와 방수로가 여기저기 만들어져 있습니다. 총길이만 4.5 킬로미터... 3년 전 태풍 22호가 왔을 때는 힘든 상황을 맞기도 했지만 그나마 피해를 크게 줄였습니다.

<인터뷰> 하가시노(도쿄도 제 3 건설 사무소 과장) : "시설 능력의 90%까지 물이 차서 수십 분 동안 폭우가 쏟아지고 하천 수위가 내려가지 않아 위험한 상태가 될 뻔한 적이 있습니다"

이런 초대형 지하 세계는 일본 전체에 모두 7군데나 있습니다. 땅속 깊은 곳에 있어 사람들의 눈에 띄진 않지만 집중호우 피해를 막아주는 지하 방수로. 여름철 일본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마지막 보루가 되고 있습니다.


[국제] 남종혁 기자
입력시간 : 2007.09.02 (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