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끌린다

평범한 인생 / 카렐 차페크 / 열린책들

먼바다 그랑카나리아 2022. 7. 23. 18:35

평범한 인생이란 있을 수 있는가

 

태어나 한 번의 인생을 사는 누군가에게 그의 일생을 ‘평범한 인생(삶)’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어느 날 친구의 죽음을 알게 된 포펠은 의사에게서 죽은 친구의 자서전을 받게 된다. 스스로 평범한 인생이라고 말하는 양심적이며, 착했던 친구의 삶에 대한 정리를 접한다.

 

그의 인생은 <삶을 위한 준비>라는 이름으로 유보된 삶을 살았던 상급하교 시절을 제외하면 대체로 삶 전체로 풍부하게 살았던 굴곡이 적은 삶이었다. 소목장의 아들로 아버지의 작업장에서 인부들과 친구(집시 소녀)를 만났던 유년 시절 그들과의 관계 속에서 느낀 것들을 통해 세상을 알아갔다. 학교에 다니는 기간에는 위계질서에 대해 학교 선생님과 신부님과의 관계에서 깨닫게 된다. 그것은 또 다른 세계였고 소년은 외로움을 느꼈다. 그 외로움과 소외감을 이기기 위해 억척스럽게 학업과 그와 반대되는 일들에 정신을 쏟기도 했다. 청년이 되고 그는 방황하는 젊은 시인이 되어 손에 붙잡히지 않는 삶에 대한 낭만적이고 고통스러운 꿈을 꾸는 혼란스러운 시기를 지나기도 한다. 결국 그는 아버지로부터 경제적 독립을 이루어 내고 철도 공무원으로서 자신의 인생을 살게 된다. 스물 두 살 나이로 철도청에 들어가 그 생활을 즐겼고, 그곳에서 자신의 세계와 가정을 꾸렸으며,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며 만족감과 인정을 받았다. 전쟁에서 공을 세웠고 자신의 풍부한 경험으로 국가의 중요한 업무에도 일조할 수 있었다.

 

그는 자서전에 평범한 자신의 인생에 대해 ‘아무것도 헛된 것이 없었고, 모든 것이 합쳐지고 용해되어 하나의 광대한 경험이 되었다. 그는 다시 삶 전체를 살게 되었고 자신의 공간을 찾았다.’고 회상한다. 그것은 평범하지만 그 자체로 완전한 삶이었고 질서가 있는 삶이었다. 그가 평범한 인생이라고 말한 부분은 여기까지다.

 

멀리서 보면 인생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말한 것처럼 인생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것과 하나하나를 세세히 들여다보는 것은 다른 일이다. 그가 자신의 평범한 인생에 대한 정리를 마쳤을 때 자신 안에서 다른 목소리를 듣게 된다. 자신의 인생이 평범했으며 질서가 있는 좋은 인생으로 표현했지만 자신이 그렇게 고결하며 순수한 사람만은 아니었음을 알고 있는 또 다른 자신의 목소리였다.

 

집시 소녀와 그녀의 판자집에서 경험, 소목장 작업장에서 나이 든 식당 여자와 사람들의 관계를 알고 있었고 그것을 자신의 아내에게 투영하려는 욕망, 그로 인해 아내와 소원해진 자신의 가정, 상급 학교 기간 자신이 공부에 몰두했던 숨겨진 진짜 욕망, 시를 쓰며 낭만을 쫒던 시절의 자신, 역장이 되어 자신의 역할을 발휘하던 시기 성취를 향한 내면의 야망으로 이루어진 결과였다. 자신의 인생에 벌어진 일들은 어떤 연관이 있으며 자신 안에 숨어 있는 서로 다른 자아(인성)의 역할이 함께 했음을 깨닫는다.

 

사람에게는 한 가지의 얼굴만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자신의 내면을 유지하는 원동력, 자아도 서로 다르다. 겉으로 보여지는 삶이 평범해 순탄해 보였지만, 내면에서 자신을 이끌고 있는 힘의 원동력이 겉모습과 비슷하기도 다르기도 하다. 그것을 의사는 <내면을 뒤져 보는 일>이라고 표현한다. 사람들이 경험하는 삶의 주기에 맞춰 일어난 ‘평범’한 인생이라 말하지만 개인에게 그 한 번의 일들이 평범이라는 말로 표현되는 것이 맞을까. 학교에 처음 갔던 날의 기억, 자신이 사랑에 처음 눈 떴을 때의 묘한 감정, 다른 사람에게도 일어났을 많은 일들이 자신에게 닥쳤을 때의 상황은 특별하며 비범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내부에 숨겨진 욕망이 같은 얼굴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