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끌린다

2021년 노벨이 선정한 대작 '바닷가에서' 리뷰

먼바다 그랑카나리아 2022. 7. 5. 16:41

2021년 노벨이 선정한 문학상의 주인공은 탄자니아 출신의 영국 작가 <압둘라자크 구르나>의 소설 [바닷가에서]가 선정되었다. 최근 세계의 큰 이슈가 되는 이주로 인한 디아스포라 문학이라고 표현하는 이방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동아시아에서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아프리카 문학에 대한 조명이라고 볼수 있으며, 세계를 떠도는 많은 이방인들이 이주하면서 겪는 어려움과 그 사회에서 섞여 들지 못하는 미묘한 분위기를 간파하였다. 세상의 모든 인종이 어울려 살아가는 영국에서도 미묘한 인종 사이의 가림막과 이방인에 대한 적대의 느낌을 그가 경험한 망명의 과정을 통해 생생하게 그려낸다.

그러나 이 작품이 이방인이 낯선 나라에 정착하는 과정의 이야기만을 품고 있지는 않다. 이국 땅에서 다시 만나게 된 고향 사람과의 악연을 통해 식민지 시대를 거쳤던 아프리카의 이야기와 고향 <잔지바르>의 이야기를 통해 동아프리카 지역의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소설은 크게 두 가지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첫 번째 이야기는 영국에서 목숨의 위험을 피해 영국에 도착한 '오마르 살레'가 망명을 신청하면서 벌어지는 이방인에 대한 미묘한 적대감을 포함하는 제노포비아와 관련된 것이다. 인류가 탄생한 이후 지금의 지구의 여러 지역에 정착하기까지 인간은 쉬지 않고 이주를 거듭했다. 그들이 언어와 역사를 통해 기록을 남기기 이전부터 본능적으로 세계의 구석을 탐험하며 다른 곳으로 자신의 영역을 넓혀왔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 자신들의 영역을 표시하고 규정을 짓는 국가주의 시대를 넘어서면서 인간의 또다른 본능이 서로에게 갈등을 제공하고 있다. 

인간이 시작되면서 호기심과 여러 요인에 의해 이주의 여정을 이어왔다. 그것은 삶의 영역의 확대이면서 환경의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인간의 원초적인 노력의 결과였다. 그러나 이제는 새로운 사람들의 이주가 달갑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다. 자신의 영역을 침범 당하는 묘한 적대감으로부터 이방인에 대한 견제가 생겨났다. 오마르가 영국 출입군 공무원에게 자신의 망명에 대한 소견을 밝히면서 그가 만난 감정이다. 그러나 그들이 그곳에 도착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의 저 밑 바탕에는 서구인들과 깊은 관련이 있다. 현재의 많은 분쟁 지역의 어려움에는 선진국이라 자처하는 유럽과 북미 지역과 연관을 피할 수 없다. 그들의 정치적인 문제의 핵심에는 식민정책에 의한 적대적 관계, 오랜 약탈에 의한 빈곤, 서구식 사고와 서구에 대한 동경 등이 뒤섞여 있다. 이것은 오마르보다 먼저 아프리카에서 벗어난 무함마드에게도 같다. 무함마드가 펜팔로 알게된 독일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아프리카의 고통의 근원에 유럽인들의 이기심이었음을 꼬집는다.

 

두번째 이야기는 동아프리카 문학의 신비한 이약기의 힘이다. 현대판 아라비안나이트의 신밧드 이야기을 읽는 듯하다. 무신(몬순, 계절풍)이 불어오는 동아프리카 해안과 잔지바르섬은 인도양을 건너오는 인도, 아랍, 동아시아에서 오는 사람과 물건들이 도착하고 서로 교환되는 장소다. 사막을 건너 대상 무역을 하던 아라비아의 상인들이 육지와 바다를 건너오는 사람들이 실어나르던 이야기가 이곳에서도 펼쳐진다. 오마르 살레와  라프티가 겪은 사건들은 '후세인'이라는 상인으로부터 시작된다. 바람들 타고 바다를 건너온 그는 라프티의 아버지와 형 알리, 어머니의 삶을 바꾼다. 알리에게 떠도는 이상한 소문과 어머니의 태도 등은 분명 후세인과의 문제로 빚어진 것들이었다. 이로 인한 가정의 불화 등 외부 도착한 영향력이 자신을 둘러싼 삶을 이전과 전혀 다르게 변화시켜 버린다. 그리고 그가 떠나버리고 불행이 시작된다. 알리가 바람을 따라 떠나고 아버지가 종교적인 것에 깊이 빠져들고 어머니는 힘 있는 다른 남자들과 관계를 맺는다. 

후세인과 인연으로 인생의 변환을 맞는 오마르 역시 험난한 고난의 시간을 갖는다. 라프티의 아버지가 후세인과 사업을 통해 맺은 계약은 결국 집이 오마르에게 넘어가면서 악연이 된다. 그 집과 가구들이 그의 것이 된 후 라프티의 가족과 오마르는 불편한 사이를 넘어 남의 재산을 가져간 가로챈 사람이 되고 그 결과는 라프티의 어머니가 만나는 남자에게 빌미가 되어 가족과 헤어져 비참한 수용소 생활로 이어진다. 바닷가에서 그물에 걸려온 호리병을 열자 정령이 나타나 자신을 궁지에 몰아 넣듯이 어떤 계기가 인생을 바꿔버린다. 그 이야기의 시작점이 바로 몬순을 따라 오고가는 외부인으로부터 시작이다. 

인생은 알수 없는 일들의 미로속을 헤매는 일처럼 예기치 못한 문제로 인해 변한다. 그 우연한 인생의 전환점이 호리병을 열어 정령을 만나는 이야기와 비슷하다. 

우연한 인연이 인생을 바꾸고 결국 그들은 영국에서 다시 우연히 만나게 되어 서로의 이야기를 통해 그 실타래를 풀어낸다. 명확하지 않았던 사건들을 되짚어보며 외부인들이 자주 드나들던 잔지바르의 분위기와 사람들의 뒤얽힘이 흥미롭다.

 

이 책에서 영국(유럽)이라는 곳의 다양성을 더욱 풍부하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아직도 인종간에 편견과 혐오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그럼에도 수많은 난민이 다시 유럽으로 정착지를 정하는 것은 그들의 수용정신을 말하고 싶은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깊은 배경에는 그들이 선진국의 경제적 의존과 함께 오랫동안 아프리카를 식민지로 가지고 경영하면서 뿌리를 내린 정서적, 사회적 안정감을 그들에게서 찾는 이유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학으로서 새롭게 읽는 천일야화의 느낌이 강한 '바닷가에서'는 인생이란 알수 없는 어떤 영향으로부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