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선하다
나만 그런가 어수선한 마음이, 집도 어수선하고 TV의 뉴스도 그렇고, 주식 계좌도 갈필을 잃은 눈동자처럼 흔들린다. 아니, 돈이 사라지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게 일부 땅을 내주게 될 것 같다. 그 나라 사람들도 참 안되었다. 큰 나무 밑에 작은 나무가 잘 크지 못하는 것처럼 강대국 옆에 붙은 지리적 위치가 그 나라의 존립에 위협이 된다.
세계 정치를 보면 사람이건 무엇이 되었든 일단 잘나고 보는 게 상책이다. 못나면 참으로 가당치 않은 위협에도 후달리게 된다. 우리나라 역시 한때는 그렇게 후달리다가 나라가 두 동강이 나고 그럼에도 그 지리적 위치 때문에 또 선진국의 문턱을 넘을 준비를 한다. 마치 허들 경기의 선수처럼 우리도 어지간히 높이 뛰어넘어야 그 문에 도달할 텐데 마냥 쉽지는 않은 것 같다.
3월 신학기를 앞다고 방학 중인 아이도 마음이 어수선한가 보다. 머리를 이쁘게 단발로 정리했고, 점차 다가올 학교 살이에 걱정을 한다. 어쩌다가 학교는 지옥이 되어가는지... 경쟁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 부끄럽고 안타깝다. 어제 후배와 수업 이야기하다가 얼굴이 확끈거렸다. 경쟁을 피하려고 노력하는 후배의 이야기에 나는 은연중에 아이들의 경쟁의식을 부추겨서 수업했던 것 같아서였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했듯이 국제 사회에서 강대국, 혹은 선진국이 되지 못하면 감당해야 할 것들이 많다. 이러나저러나 삶이 고달프기는 매한가지라도 그래도 먹고는 살고 여유라도 있어야 두 다리라도 뻗는 느낌이다.
바다 멀리, 저 높은 산 멀리멀리에서 오늘도 사람들은 삶의 불안과 공포를 어깨에 지고 있다고 생각하니 안타깝다. 코로나의 확산 위세가 대단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친구를 만나 식사를 하고 웃고, 차를 마시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고, 때로는 울고, 대로는 절망했던 일까지 공유하고 싶어 진다.
6개월 동안 스포츠 센터에 나가면서 얼굴을 익힌 사람들은 꽤 되지만 친구를 만들지는 못했다. 나의 친교성이 부족한 탓이다. 그런데 한편 나도 그게 편하기 때문에 그랬다. 이제 그마저도 당분간 멈추고 학교 생활에 올인해야 한다. 그래야 싹이 보이고 잎이 나고 꽃이 필 때즘 한숨 돌릴 것이다. 꽃이 필 때즘 마음도 고요해 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