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직업

격세지감을 느끼며

먼바다 그랑카나리아 2022. 2. 12. 11:45

격세지감(다른 시대를 사는 듯 크게 변화를 느끼는 감정. 실제로 긴 세월을 흘러 나타나는 변화의 감정을 말하기도 하지만 너무나 크게 변해서 긴 세월이 흐른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때 쓰인다. <참고: 네이버 지식 백과>)

 

격세지감이란 이런 말이다. 이 고사 성어를 얼마전에 다시보기를 하게 된 '청춘 기록'에서 정아가 어엿한 스타가 된 해준을 보면서 한 말이다. 배우로서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던 처지에서 대스타로 성장한 성공스토리를 되새기는 말이었지만, 지금의 선생님, 그것도 지리 선생님은 정말 힘겹기 한이 없다. 지금 '전국지리교사모임'에서 3월 신학기를 앞두고 교사모임을 하고 있다. 세상의 변화에 따라 인정받지 못하는 오래된 구식 가구 같은 취급을 받는다.

 

과거의 학교와 이제는 상황이 많이 개선되었다. 숨죽이며 선생님의 말이 절대시 되었던 시대는 사라졌다. 학생들의 흥미와 관심과 그들의 요구를 항상 주의 깊게 인정하고 수용해야한다. 학생들의 선택이 줄어서 학교에 지리과목 선생님은 한명 혹은 두 명 정도 남았다. 같이 의논할 동료 선생님 없이 혼자서 모두를 해내야 한다는 의미다. 또 관심이 없으면 그 수업 안들어도 상관없다. 이제 학생들을 달래고 설득하면서 교과 지식을 전달해야 한다. 어쩌면 과거에 너무 제멋대로 했던 결과일 것이다.

 

오늘의 주제는 3월 신학기에 대한 준비보다는 앞으로 시행될 고교학점제 아래서 지리교과의 위기에 목소리가 모아졌다. 지리를 어렵게 느끼는 학생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점차 학생들의 선택에서 멀어진다. 사실 지금이 가장 좋은 기회임에도 그 기회를 우리가 어떻게 살려야 할지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고교학점제의 이 시기에 지리교육이 어떤 방향으로 교육의 큰 틀을 전환할 것인지 각성할 때라고 생각한다.

 

내 생각은 지금 현재의 우리나라의 경제적 상황과 맞물려 있다고 생각한다. 4차 산업혁명의 시기에 디지털이 대세가 되고 있고 초 연결 시대가 프레임이 된다면 지리는 충분히 공간이라는 주제를 통해 분명히 전환이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주식 투자에 몰두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경제 교육을 이야기 하지만 학교에서 주식의 매매를 가르칠 수는 없다. 경제 관점이 중요하다면 시장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경제 요인의 기반을 설명하는 교과로서 너무나 훌륭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어제 미국의 나스탁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유는 러시아의 우크라니아 침공이 임박했다는 뉴스 때문이었다. 지리라는 교과는 이를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가지고 싶어 하는가? 서유럽은 왜 러시아를 견제하는가? 모두 지리적인 설명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이런 점이 너무나 아쉽다.

 

나는 이런 부분을 통해 바꾸고 싶다. 만일 경영 경제 학과를 가고 싶다면 경제의 상황을 이해하는 과정은 고교과정에서 가능하다고 본다. 숫자를 보는 것 외에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우는 교과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제는 변화하는 세상에 우리의 관점으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리는 공간을 이해하는 학문이다. 세상은 자꾸만 변하고 공간도 변한다. 변화하는 공간을 해석하고 실용적인 학문이라는 의미를 확인하고 싶다.

 

가만히 앉아서 오는 학생들에게 공부 안한다고 핀잔을 주며 공부하는 시대를 갔다. 이제 지식을 찾아 자꾸만 세상과 연결하려는 노력을 하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 이제 친절한, 박식한, 세상에 대해 어느 정도 답을 주는 선생님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