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를 뒤돌아보며
오늘 연수원에 한해 연수한 결과를 제출하고 받아왔다. 지난번에 올해 연수 결과 보고서를 제출한 것이 책으로 묶어져 나왔고, 그 연수에 대한 나의 경비 지출 내역을 제출하고 왔다. 연수원에 제출하러 갈 때 천천히 갔으면 하고 바라며 운전을 했다. 굳이 빨리 갈 필요가 없이 시간이 더디 가기를 바란 것 같다. 그것이 올해 나의 마음이었다. 날씨가 추워져서 운전을 하면서도 몸이 움츠려 들었지만 이런 자유로움을 가지고 지냈던 시간이 단연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을까. 적응하는데 서너 달이 걸렸다. 틀에 박혀 살아온 날들이 그만큼 길었다. 머릿속으로 알고 있던 것과 다르게 나에게 주어진 자유를 완벽하게 시작부터 사용하는 데 어색함과 적응기간이 필요했다.
사람이 적응의 동물이다. 금새 적응된 삶은 평온했다. 하늘을 더 많이, 자주 올려다볼 수 있었고, 지치고 상처 났던 어느 부분이 조심스럽게 채워지고 있었다. 두 주 전 즘 다시 복귀와 관련하여 업무를 담당하게 되었고 선뜻 수락되지 않는 일이었지만 맡았다. 잘할 것이라는 필요 없이 과장된 용기보다 작은 일이든 큰 일이든 더불어 해 보겠노라 다짐한다. 열성적으로 태우려 하지 않을 생각이다. 나를 채워가며 주변을 챙겨가며 직업에도 충실하기를 기대한다.
서류를 제출하도 다시 돌아올 때는 속도를 조금 더 냈다. 이제 결정된 것이고 뒤돌아 보거나 우물쭈물하지 않고 덤덤하게 준비하고 내년을 기대하기로 했다. 앞으로도 삶은 또 역동적으로 변할 것을 안다. 코로나 때문에 전에 살아보지 않았던 일들이 너무 가깝게 다가와 일상이 되어 지냈고, 사람이 변하고 나도 변해가고 있다는 것을 작년과 올해 많이 이해하게 되었다. 좋은 시간이었고 다시 힘을 내 충실하게 살아가야 할 많은 것들에 대해 감사를 갖게 한 시간이었다. 감사하다. 그러니 속도를 내 빨리 집으로 돌아가 뭔가를 조금씩 시작해 보자. 그런 마음으로 차를 몰아 돌아왔다.
갑자기 내년이 궁금해졌다. 어떤 일상과 만나게 될지, 어떤 일들이 나를 이끌고 갈 것인지... 왠지 요즘은 내 생각의 색이 노을빛을 연상한다. 올해가 푸른 색도 있었고, 알록달록 분홍과 붉은색과 가지가지 빛이 지나갔지만 결국 나를 편안하게 뒤돌아 보게 하는 것은 저녁 무렵 해가 넘어가는 서쪽하늘의 노을빛과 지난 여행에서 보았던 하늘의 황금빛을 그라데이션으로 보여주었던 그 빛깔 들이다. 이번 연수는 내가 생에 처음으로 부러움 없이 보냈던 시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