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큰 아이의 입시 전쟁
고3 인 큰 아이의 수시 원서작성을 위한 자기 소개서 쓰기가 지난 달에 끝이 났다. 그리고 지난 토요일에 연세대 논술 시험을 보고 왔다. 그나마 논술을 보는 대학은 자기소개서를 작성하지 않으니 다행이지만 아이가 원서를 제출한 대학들은 대부분 자기소개서를 1500자, 3000자 내외에서 자신을 소개해야 했다. 대학 수시 원서가 점차 간소화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글쓰기 교육이 그닥 잘 이루어지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자기소개서 1500자, 800자 등은 쉬운 일이 아니다.
큰 아이는 글쓰기에 재능이 뛰어나지는 않지만 어찌어찌하여 겨우 짜내듯 달달 볶아서 지난 여름 방학동안 받아 냈다. 볼수록 속에서 용암이 끓었다 식었다는 수 없이 반복했던 것 같다. 왜그렇게 본인은 태평한 것인지, 바라보는 부모는 울그락 불그락 얼굴과 온몸이 열을 받아도 아이는 끄떡이 없다. 내 아이만 그런가 싶어서 속상한 날이었다. 그런데 주변 친구들의 말을 들어보면 남자 아이들은 그렇게 느긋하게 지 할것 다하면서 정작 해야할 것들에 대해서는 그런 태평함이 없을 정도였다. 글을 시작하기 어려워 하는데다 그나마 겨우 받아낸 글도 너무 단편적이라서 아이를 앉혀놓고 아이와 충분하게 이야기를 해야 했다. 사실 그 시간은 매우 좋았다.
아이에게 하나씩 질문을 했다.
넌, 왜 그 학과에 가고 싶어?
넌, 그 학과 공부에 언제 부터 관심이 생겼어?
넌, 그것이 좋아?
너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해?
그럼, 너의 단점은 어떤게 있니?
그 과목이나 그 활동 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어?
그 활동 하면서 너한테 가장 의미있었던 것은 뭐야? 아니 할만은 한 활동이라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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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곁에 두고 1시간 반도 넘게 말을 주고 받았다. 유독 큰 아이는 부모인 우리에게 말이 적다. 그게 너무 미안하고 내 잘못이라고 생각하지만 물어보면 5분, 10분 말이 없으면 정말 내가 지어내서 쓰고 싶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 시간이 아이에게도 필요할 거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뭘 하겠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본인의 3년 가까이 되는 학교 생활은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등등
이렇게 원서 작성에 필요한 자기 소개서를 쓰게하고, 읽어 봐주고, 나의 의견을 말해주고, 글의 어색함을 같이 의논하고 겨우겨우 해서 작성한 원서들이 큰 아이에게 제발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그런데 사실 고등학교 내신 성적이 그닥 좋지 못하다. 그래서 미국 유학을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다. 이것도 또다른 도전이다.
아이가 부모인 나와 남편의 곁에서 독립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본래 독립된 사람으로 키우려는 우리의 의도는 생각처럼 잘 된 것 같지는 않다. 부모의 손을 거쳐 대부분 뭐든 하게 된다. 가끔 남편은 아이를 위해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을 찾아봐 준다. 그리고 될 수 있으면 같이 가서 부모인 나도 일을 돕고 아이도 봉사활동을 하도록 한다. 그걸 통해 무엇인가를 배웠으면 해서 같이 하지만 아이는 그에 대해서도 좋다 싫다 말이 없다. 조국씨 딸과 아들의 부모 찬스를 사람들이 언급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식의 문제에 냉정해 질 수 없다. 작은 도움이라도 그에게 미치게 된다. 남편과 내가 같이 봉사활동을 다니고, 아이를 태워다 주고, 차로 학원에 데러다주고... 부모가 없는 아이라는 이런 것은 꿈조차 어렵지 않을까. 누가 자소서를 봐주고 달달 볶아서 라도 글을 쓰도록 독려할까.
아이가 대학을 가는 지, 내가 가는 지 속이 타고 걱정된다. 엄밀한 의미에서 아이의 입시 전쟁이 아니라 부모들의 전쟁 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