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연구년 시작합니다^^

먼바다 그랑카나리아 2021. 2. 22. 16:36

오늘 학교에 가서 2020학년도를 마치고 왔다. 이미 지난 20학년도를 학교는 2월까지 이어간다. 며칠 동안은 나에게 문서가 배부될 것이고 중요하지 않겠지만 해야할 일들은 또 해야할 것이다. 아침에 학교에 가면 내려놓은 공사한다고 쏟아 놓은 짐이라도 다시 제자리에 넣어줄 수 있을까 하고 갔지만 결국 하지 못했다. 왠지 혼자서 짐 넣고 있으면 이상하기도 하고 처량해 보일까봐서...

그나마 퇴임하시는 이찬희 선생님께 작은 선물하나 드리고, 작년에 마음으로 의지했던 이주은 선생님과 차를 한잔 마시는 것으로 나의 출근은 마감하였다. 다들 축하하고 부럽다고 말하지만 내 안에 상처에 대해 하지 못한 너무 많은 말들은 이주은 선생님께 조금 털어 놓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또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왠지 이제 밀려난 짐처럼 느껴지는 학교에 가고 싶지 않았다. 조직이란 그런 것이다. 쓸모가 다하면 눈길이 주어지지 않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을 감수해야 하는 곳이 직장이라는 조직이다. 아무리 따뜻한 공간이라고 해도 그것이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 올해를 살아야할 목표를 세워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거창하게 그럴싸하게 만들지는 않으려고한다. 그냥 내려놓기 연습과 받아들이기 연습, 해보고 싶던 몇가지 일을 하면서 사는 연습을 조금 하다가 다시 제자리로 갈 것이다. 그러면 또 조직 기능체의 일부가 되어 나 아니면 안된다는 허상을 잡고 살게 될 것이다. 그 허상에 매달릴 힘을 올해 얻는 것이다. 그 허상이라도 있어야 삶이 유지되지 않을까? 내가 중요한 사람이었어. 나를 필요로 할거야. 나는 열심히 살고있어.라는 믿음이 허상인지 실제인지 분간할 수없는 시기에 살고 있다. 한걸음 떨어져 있으면 선명해 보일까? 알수 없다. 그러나 연구년을 통해 지친 마음을 달래보고 싶다.

 

축복이다. 이렇게 돌아갈 것을 기약하며 떠나나올 수 있어서... 그러니 값있게 그리고 멍청하지 않게 보내교 싶다. 주어진 레이스에서 잠시 내려올 수 있었던 기회를 충전의 시간으로 잘 썼다고 생각하고 돌아갈 수 있도록 너무 거창한 것에 연연해 하지 말고 천천히 걷듯이 달리듯이 보낼 생각이다.

 

마음이 홀가분하다.